[박종천 칼럼] 박종천 논설위원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무려 430일 만인 오늘 드디어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선거법은 연동형, 준연동형, 연동형 캡, 석패율제, 위성정당 등 생소한 말들과 각 당의 방안이 혼재하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수능보다 더 어려운 선거법이라는 냉소 섞인 말도 나왔고, 어느 정당 대표가 "국민들은 계산식은 몰라도 된다"라고 했다가 호된 비난을 받았을 정도다.

이 개정 선거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이렇게 법을 고쳐야 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각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1등 당선자 한 명만 뽑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라도 나머지 후보들에게 준 국민들의 소중한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

또 지금까지는 비례대표를 비례 의석 47석을 기준으로 각 정당이 득표율만큼 나눠가졌는데, 이에 대해 정의당 등 소수 정당들은 거대 양당에만 유리하고,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의당의 경우 7.2%의 정당득표를 했으면 국회에 전체 300석 가운데 7.2%인 21명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 방식으로는 비례 의석을 4석 밖에 배분받지 못해 지역구 2명까지 합쳐 봐야 6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전체 300석을 정당별 득표율대로 나누고, 그렇게 나온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인이 적으면 그 적은 만큼 비례의석을 배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고,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렇게 연동형으로 하다보면 전체 비례의석은 47석 뿐인데 각 당이 가져가야 할 비례 의석수가 이 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다시 "득표율에 따라 나온 의석수의 반만 가져가도록 하자"고 줄였는데 이것이 바로 연동율 50%(준영동제)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시 "연동율 50%를 적용하되 비례 47석 가운데 30석에만 한정해서 하자"고 했는데 이것이 '연동형 캡을 30으로 한다'는 것이다.

비례 47석 가운데 연동형을 적용받지 않는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대로 배분하기로 했다.

이렇게 연동형 캡을 30으로 했을 경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미 지역구에서 30명 이상의 당선자를 내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 30석 중에서는 하나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나머지 17석 단순비례 중에서 득표율만큼 몇 석씩 가져가기 때문에 지금보다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의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 소수 정당들에게 유리하다.

한편 선거법이 이렇게 고쳐진다고 하니까 자유한국당에서는 위성 정당, 이른 바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말은 자신들은 지역구 후보들만 내는 대신 지역구는 없고 오로지 비례대표만 내는 가짜 정당을 내세워 비례의석을 많이 확보한 뒤 다시 합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꼼수를 쓰는 이유는 만약 그냥 선거를 치를 경우 자기 들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한 명도 배분받지 못하지만, '비례한국당'은 득표율은 높고 지역구 당선인은 없으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와 현행방식의 비례대표 둘 다 많이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정은 각 당의 유불리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누더기가 되고,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연동형 제도를 처음 도입함으로써 환경, 노동, 문화, 과학, 노인, 여성 등 각 분야, 계층, 지역을 대표하는 소수 정당들의 의회진출을 쉽게 하여 양당제 폐혜 극복, 지역주의 타파, 사회 다양성 회복 등의 길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박종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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