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복원당시 모습
1997년 복원당시 모습

정조는 사도세자가 만든 18가지의 무예가 담긴 '무예신보' 에 말위에서 하는 무예 6가지를 추가해 24가지의 무예로 구성된 '무예도보통지'를 발간했다. 정조가 '무예도보통지'에 마상무예를 포함은 시켰으나 실제 당시 집필과정에서 마상무예의 기능자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말을 타기 위한 말 고르기, 말 길들이기, 낙마 방지하는 방법, 마상무예 실연상의 문제점 등 실제적인 내용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조선 숙종이후 사라진 마상무예는 한 민간단체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1990년대 복원되기 시작해 발표됐다. 이 중에서 격구의 복원은 전세계 마필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민간단체인 한민족전통마상무예·격구협회가 민속학자들과 역사학자들과 공동으로 복원에 성공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국내에서 마상무예는 1980년도 초부터 연구에 착수해 1994년 8월 28일 최초로 공식 복원 발표했으며, 2002년 10월 1일 마상무예의 모든 복원을 완결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지금은 마상무예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실력과 기술을 갖추게 됐다.

장시에 공을 채서 달리고 있는 한민족마상무예격구협회 격구선수
장시에 공을 채서 달리고 있는 한민족마상무예격구협회 격구선수


복원과정의 기록들을 보면,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매일 낙마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했고, 재정적 뒷받침이 전무한 상태로 환경도 열악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마상무예사범들은 전승이 끊긴 상황에서 문헌을 토대로 직접 말을 타고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복원했다. 복원된 마상무예중 가장 먼저 복원 발표를 한 것이 격구다. 1997년 문화유산의 해를 맞이해 '전통마상무예 격구'라는 이름으로 공식 복원발표를 했다. 이 복원발표를 통해 일본식과 서양의 폴로 등과 확연히 다른 우리만의 격구의 모습을 찾아냄으로써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양의 폴로는 공을 치는 방식만 있지 우리처럼 장시안에 공을 챈 후 달려 골을 넣는 어느 나라에도 보기 힘든 고급기술이 선보였다. 이들의 격구 복원은 건국이래 최초로 순수 민족 구기 종목의 복원이라는 것과 앞으로 격구가 새로운 현대 스포츠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학계에서는 평가했다.

유럽에서도 고급스포츠하면 단연 '폴로(Polo)'를 꼽는다. 그들은 폴로를 귀족스포츠 중의 귀족스포츠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의 언론들은 말을 타고 폴로를 하는 왕자들 모습을 앞 다투어 보도하기도 하고, 고급 스포츠브랜드로 패션계와 마필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2009년 9월 독일 밤베르크에서 개최된 유럽기사선수권대회를 찾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기사(騎射)가 처음 국제대회로 알려진 시기다. 그들은 한국의 격구시연을 보고 '신비의 폴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영국팀 유력 폴로 스폰서들은 2010년 한국과 영국이 정식으로 격구와 폴로 교류전을 준비해 보자는 의견이었고, 이를 위해 국내 전통격구팀이 영국으로 파견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큰 장벽이 부딪혔다.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되기는 했으나 전통격구팀을 지원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흐지부지 한국과 영국의 교류는 맥이 끊어져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장시에 공을 채서 달리고 있는 한민족마상무예격구협회 격구선수
장시에 공을 채서 달리고 있는 한민족마상무예격구협회 격구선수


격구는 문화재 관계자들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이를 나서서 추진하는 지자체도 없는 상태다.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학계에서도 인정받았고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의 무관심으로 복원된 격구는 다시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여 있다. 보사(步射)와 기사(騎射)의 전통 활쏘기가 최근 터키가 중심이 되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시켰듯이 격구도 중국과 일본 등이 먼저 선점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마필산업육성을 내세우고 온갖 정책을 시도했지만 정작 내놓을만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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