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근홍 청주교통(주)대표이사·법학박사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모 초등학교앞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어린이의 이름을 붙여 '민식이 법'으로 통하는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과잉처벌과 처벌의 형평성 논란 등 법 불신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청와대에 이 법의 재개정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번 개정 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가 부주의로 13세미만의 어린이를 사망하게 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상해의 경우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매우 강력한 처벌이다. 따라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시 운전자는 징역형으로 인해 가정붕괴와 직장퇴출 등의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이처럼 민식이 법은 처벌만능의 지나친 엄벌주의로 형벌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징벌성이 매우 강한 형벌이다, 자칫 사고운전자의 안전운전 주의의무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고결과에 의한 법집행상 또다른 법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민식이 법은 법 실효성이나 예방성보다도 피해자의 동정감성과 보복감정 및 포플리즘의 정치논리에 의한 법으로, 형사법 체계상의 균형과도 거리가 있다.

형법상 사고운전자에게는 정상참작의 사유가 보장이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처리에 있어 운전자는 안전운전 의무위반이라는 포괄적인 과실책임을 많이 지게 된다. 그래서 사고 정황상 운전자의 안전의무 준수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더욱 이법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가중되고 있다.

교통사고는 고의가 아닌 과실범이다. 또 교통사고 피해자든 가해자든 실질적으로 모두가 사고 피해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의 처벌수위가 거의 고의적 살인범죄에 버금가면서 이법에 대해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3월 개학과 동시에 중순경부터는 민식이 법이 시행된다. 자칫 어린이보호구역이 운전자들의 운전 공포 존이 될 수 있어 의도적으로 회피 우회하려는 상황도 연출 될 수 있다. 물론 민식이 법과 관련 현실적으로 노선운행인 시내버스와 영업용 택시 운전자들이 심리적인 운전부담의 압박감도 매우 클 것이다. 모든 법은 예방과 처벌의 균형성을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고나 범죄의 사전예방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 민식이 법이 개정되었다고 즉시 어린이의 교통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민식이 법의 개정 취지를 살리고, 처벌의 불평등 인식을 해소키 위해서는 어린이 보호구역내에서 도로교통법이 정한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와 정비 그리고 차도와 인도 구별 후 펜스설치, 불법주정차 근절과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강화, 등하교시 교통안전지도 철저 등이 최선이고 우선임을 재삼 강조한다.

아울러 시행 이전에 민식이 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도 중요하다. 민식이 법은 매우 강력한 처벌법이다. 이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이에 맞는 강력한 안전운전이 최선일 뿐이다. 법 시행후 지금 우려되고 있는 과잉 가중처벌의 논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보완에 소홀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이상 정치적 일정과 이슈에 묻혀 서민에게 피해가 되는 법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국민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법임에는 분명하다.

류근홍 / 전국버스공제조합 충북지부 부지부장
류근홍 청주교통(주)대표이사·법학박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