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세월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하도 엄청난 일들이 끊이지 않았던 탓일까, 한 해를 돌아보기조차 불편하다.

매번 새해가 되면 굳은 결심으로 계획해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반성은 부끄러움을 상대로 모자란 부분을 실토하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부족하고 미흡했던 일만 가슴을 무겁게 한다. 사람은 쉽게 자기의 마음을 용서한다. 모든 것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여기던 시절엔 늘 과감한 포부와 설계로 새해를 맞이했다. 살아가면서 얻은, 결국 앞일이 그렇게 뜻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는 체험은 그때 그 시절의 무모한 낙관주의를 한낱 추억으로 만든다. 그런 까닭인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은 늘 착잡하다. 그렇게 많은 일, 참사를 겪고 씻을 수 없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추스를 수 있는 '희망'이란 무엇일까.

해가 바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삶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기업이나, 나라나 모두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스스로 다짐한 목표에 이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확인하면서도 다시 거대한 목표와 꿈을 세우고 또 이를 실현하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일상에 빠져들면서 그 1년치 다짐은 금방 무디어져 가는 듯하다. 개인, 가족, 직장, 지자체, 국가 단위의 크고 작은 다짐이나 신년사가 무수히 쏟아졌지만 하루 이상 귓가에 맴돌 만한 것은 별로 없다. '황금 돼지의 해'라며 대박이라도 터질 듯한 꿈과 기대로 시작됐던 2019 기해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이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의 해가 떠오른다.

쥐 가운데서도 흰쥐의 해이다. 동양에서는 흰 동물은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 '꿈에 흰쥐를 보면 조상의 도움을 받게 될 길몽'이라며 좋아한다. 쥐에 대해 대중이 갖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쥐처럼 내년에는 우리의 번영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철저히 찾아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눈에 잘 띄는 하얀색이 의미하듯 모든 것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말이다.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필요한 것을 투명하고도 철저하게 찾아내 함께 노력하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따뜻한 봄은 찾아온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대문호이자 위대한 사상가로 칭송받는 루쉰은 명문 지주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가 뇌물 사건에 연루돼 투옥되고 아버지가 병사하면서 가문이 몰락했다. 그는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했으나 중국인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한 후 의식개조를 위한 험난한 문예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희망이라는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희망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잘 될 것을 믿고 꿈과 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새롭게 맞이할 2020년 경자년은 우리에게 더 큰 도전의 한해가 될지 모른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미래는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다"라고 했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후회하면서 부정적인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화합과 전진으로 우리 모두가 도약하고 발전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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