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고전명작인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자신의 금발을 잘라 남편의 시계 줄을 구입하는 델라(Della)처럼 희생적인 나눔의 사례가 있어 요즘같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태가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이종부 씨는 2017년 불의 교통사고로 29살된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차에 TV 프로그램에서 라오스를 오가며 학교를 짓고 봉사하는 출연자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학교를 건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숨진 아들의 결혼자금으로 모았던 돈으로 라오스 오지마을에 땅을 매입한 뒤 지난 9월 초등학교를 지어 라오스 정부에 기증하였으며, 더불어 향후 10년 동안 모두 4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씨는 "아들을 위해 모은 돈을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사용한다면 아들도 흐뭇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 토머스 클레멘트가 자신의 회사를 팔고 얻은 수익 1천200만 달러(원화 약 143억 원)를 배우자인 재미(在美)화가 김원숙씨의 모교인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ISU)에 기부했다. 이 대학은 기부자의 뜻을 기려 소속 예술대학 이름을 김원숙 칼리지로 변경했다. 기부관련 기사는 이따금 볼 수 있지만 "명예도 돈도 쥐면 사라지고, 놔주면 커져요. 더 열심히 벌어 또 다른 대학에도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는 김 씨의 마지막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의 아이들이 유명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연구자의 논문에 이름을 등재하고 표창장을 받는 것보다, 자녀의 손을 잡고 나눔의 장소에서 몸소 봉사활동 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의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 위에 놓인 모래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먹을 쥐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 무언가를 가지고 갈 것이라는 생각 대신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br>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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