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주 청주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사무총장

청주는 과연 문화도시로 향하고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직지의 고장이며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십수년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도시가 청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도 우리고장 청주에 들어섰다. 이밖에도 국·공립과 사립 등 수많은 박물관·미술관도 있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는 연중무휴로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가 지속되고 있다. 세종대왕의 행궁을 복원해 외형적으로는 청주가 문화도시에 걸맞는 조건들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지난 달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문화도시 청주'를 위해 상생협력을 다짐하며 양 자치단체장간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문화야말로 인간 삶에 있어서 지고지선의 가치라 할 것이다. 자치단체들의 마지막 목표가 어쩌면 문화도시, 문화적 웰빙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청주시가 문화도시로 향해 가려는 의지는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이나 외형적 활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가 저절로 얻어지는 부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의 원형이며 뿌리인 생명력의 존재를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서 인간의 생명은 곡식 즉 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쌀을 인간의 영혼과 통하는 신성한 곡식으로 생각해왔다. 청주시가 로고를 씨앗·생명으로 정한 것은 바로 1만5천 년 전의 청주 소로리볍씨가 발굴됐기에 이를 중심으로 정한 탁월한 안목의 결정이다.

이러한 '청주 소로리볍씨'가 영국의 BBC뉴스에 보도돼 전 세계가 떠들썩했고, 세계적인 고고학 교과서에도 2004년부터 지금까지 게재돼 공인된 상태이다. 여기에 청주 소로리볍씨가 출토된 지역에 있는 소로초등학교가 올해 2월 폐교되면서 충북도교육청과 청주시에서 박물관을 세우도록 해 지역 주민들과 동문들 그리고 관계자들이 박물관 건립에 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청주시는 그 곳에 엉뚱한 '영상제작소'를 새삼 유치한다 해서 주민들과 동문들이 청원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 돼버렸다.

인도와 중국이 서로 쌀의 원조라고 강조해 온 것은 그것이 바로 인간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명문화의 원류로서 한없는 자긍심을 갖고자 온 국력을 동원해 원조 다툼을 하는 판에 우리의 '청주 소로리볍씨'가 찬물을 끼얹은 것은 감히 아무도 맞설 수 없는 과학적인 분석과 고고학적인 연구결과 때문으로 보겠다. 아직 믿기 힘들면 추가발굴과 연구성과를 가속해서 입증하면 된다. 소설속의 주인공 홍길동을 테마로, 또는 어디나 있는 나비를 지역문화 관광상품화해 성공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지방도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생명문화인 쌀, 볍씨가 127톨이나 나오고 4만 5천년전의 토탄층이 발굴현장에 쌓여 있는데, 현장 보존과 박물관 추진은 멈춰선 채 청주 소로리입구에 세운 상징탑만 녹슬고 있다. 문화도시 청주로 가는 길은 바로 인간생명문화의 원류인 '청주 소로리볍씨'로부터 그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그것이 문화도시 청주로 향해 가는 지름길임을 아는 안목도 지도자의 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도시를 꿈꾸는 시민의 문화적인 삶을 위해서는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과 지역 리더들의 품격있는 문화안목과 더불어 실행의지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김영주 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사무총장
김영주 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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