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5. 파미르하이웨이 1일 차

떨렸다. 이 느낌은 꼭 설레임 만은 아니었다. 두려움도 있었다. 다 함께 안전을 기원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물갈이 탓에 약국도 가고 비상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슈퍼마켓도 들렀다.


오늘의 목적지는 카라익쿰(kalaikhum) 368㎞로 6시간 30분 정도 이동한다. 실크로드 길이 파미르 고원을 횡단하는 것이라면 이 길은 파미르를 종단 한다고 보면 된다. 기름을 넣고 도심을 벗어나자 황량한 산야가 이어진다. 태양은 뜨거웠고 대지는 불타고 있었다. 초목도 메말랐고 소와 당나귀도 앙상했다. 고개 길을 넘는가 싶었는데 에머랄드빛 호수가 눈 아래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이런 맛인가? 어디든 사람이 사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차에서 헐렁헐렁 거리는 타지키스칸 노래가락을 따라 나도 그렇게 파미르고원 속으로 흘러 가고 있었다.

반 정도 왔을까. 굴록에서 점심을 먹고 파미르 하이웨이 퍼미트를 통과하니 아프카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판지(panz)강이 흐르고 있었다. 옥빛의 강은 엄청난 겹바위산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나무라고는 하나 없는 회갈색 산은 마치 태초의 생명 하나 없는 그 시작점 같았다. 지구의 시작이 저리 했을까? 태양과 바람만이 바위를 깎아 흙을 만들고 강물은 쉼없이 그 흙을 실어 날라 땅을 만들고. 지구의 역사는 그렇게 46억 년이 흘러 버렸다.


강 넘어 아프가니스탄은 마치 차마고도의 길처럼 바위산 아래로 늘어져 누군가의 손길처럼 다정했다. 누가, 언제, 왜 전쟁을 했는지 그 흔적을 읽을 수가 없다. 침묵 만이 이 순간에 어울렸다. 나는 이 지구의 빈 허공을 날고 있는 먼지 같았다.

여행작가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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