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속담에 '자기 집 두레박줄이 짧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한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이란 말이 있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가리질 않고 온통 남 탓하기에 바쁜 세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책임의식보다는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회피풍조가 만연해 있다. 노동자는 고용주를, 고용주는 노동자를 탓하고, 상사는 아랫사람을, 아랫사람은 상사를 탓하고, 제자는 스승을, 스승은 제자를 탓한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탓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탓한다. 모두가 '남의 탓' 만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의 올빼미가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새가 궁금하여 물었다. "올빼미야, 우리 마을은 살기 좋은 마을인데 왜 이사를 가니?" 올빼미가 대답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내 울음소리를 듣기 싫어하기 때문이야." 옆집에 사는 새가 다시 말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네 울음소리를 다른 마을 사람들은 좋아하겠니? 네 울음소리를 고치는 것이 좋지 않겠니?"

올빼미가 자신의 울음소리를 문제 삼지 않고, 듣기 싫어하는 마을사람들을 원망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처럼 스스로 용서하고, 남의 잘못만을 꼬집어 말하기를 좋아한다.

어느 마을에 40대 부부가 담 하나를 사이에 놓고 나란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두 부부가 사는 모습은 정반대였다. 한 부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다른 부부는 시부모님에 두 아이까지 함께 살지만 언제나 웃음이 넘쳐났다. 늘 싸움을 하던 부부가 어느 날 옆집을 찾아가 그 비결을 묻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식구가 사는데 어떻게 작은 싸움 한 번 하지 않는 건가요?" 그러자 옆집 남편이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 집에는 잘못한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놀란 부부가 다시 물었다. "잘못한 사람들만 살다니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옆집 남편은 웃으며 다시금 말했다. "가령 제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던 물그릇을 실수로 발로 차 엎었을 때, 저는 내가 부주의해서 그랬으니 내가 잘못했다고 합니다. 그럼 제 아내는 재빨리 치우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또 저희 어머니는 그걸 옆에서 보지 못한 당신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모두 자신이 잘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싸움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가장 쉬운 것이 남 탓을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 '내 잘못'이라는 고백일 것이다.

실패를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핑계를 대거나 남의 탓을 한다.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면 일시적으로는 기분이 풀리고 마음이 편할지 모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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