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즈음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괜스레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올해를 되돌아 볼 기회가 많아질수록 생각이 많아지면서 복잡해지곤 한다. 세밑의 하루나 신년의 하루가 다르지 않음에도 연말연초에는 어제와 내일로 시기를 구분지어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지난 날과 앞날을 가르고 옛일을 새일의 거울로 삼아 다짐을 한다. 그런 이들 가운데 손에 꼽히는 이들이 대입 관문에 섰던 학생들과 지도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일 것이다. 매년 반복되지만 한 해, 한 해가 새로우며 부담과 기대가 교차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충북의 고교들은 대부분 암울한 분위기다. 몇 학교는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전반적으로 상위권 대학교의 입학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직 정시가 남아있지만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서울, 강남으로 인해 큰 기대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내후년부터는 정시 정원이 더 늘어나게 된다. 문답풀이 교육 성행, 사교육 확대 등을 지적하지 않아도 무분별한 정시 확대는 지금도 기울어진 대학입시판을 더 기울게 한다. 그렇다고 수시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선택의 기회도 균형을 가져야만 한다.

이런 까닭으로 지난달 말 나온 정부의 대입개선안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발표 즉시 반대입장을 밝혔던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최근 수능 전면개편과 대입전형 단순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대입 불공정을 내세워 수능에 힘을 더해야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선택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절대평가 등 수능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학생부·교과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학력수준 성취를 측정해 입시에 참고하자는 것이다. 공교육의 신뢰·공정성 회복이 그들이 내놓은 대입 개선 답안이다.

교육감들의 답안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현장에서 실행된 적이 없어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수능 중복응시 등 이미 부작용을 경험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거듭 같은 얘기를 한목소리로 내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부가 그렇게 좋아는 '보편적' 시행의 기반인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다. 최근의 수시 강화가 가져온 과정과 방법의 불합리가 조국사태로 일부 불거지자, 문제점의 진단과 이에따른 조치가 아닌 방향 전환이라는 폭탄이 돌아왔다. 그것도 정치적 관점과 목적에서 말이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이루고 싶은 꿈이 없고, 남들과 함께하는 협업에 대한 의지와 경험이 부족하며, 주체적이고 깊이 있는 창의적 사고가 미흡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로서는 두텁고 막막하기만 한 현실의 벽 때문에 'n포 세대'가 됐고, 문제풀이와 주입식 교육에 치여 협업이란 말조차 생소하며, 창의적 사고는 먼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따라서 어른들의 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지적질'이며 '꼰대'들의 잔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같은 것들이 요구되고 문제로 대두된다. 당장 첫발을 내딛는 직장부터 그러하다.

학교 교육이 사회 요구를 겉돈다는, 그런 교육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의 처방은 엉뚱하게도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헛발질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율적 선택의 폭을 넓히기는 커녕 문제풀이에 매달리게, 사교육에 더 기대게 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에서는 신입생의 기초학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업의 기본 바탕인 학업성취도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수학 등의 과목평가도 없어 학업능력 저하가 더 우려된다는 얘기다. 광복후 19번에 이른다는 대입제도 개편의 결론은 자꾸 바꿔봐야 별수 없으니 진득하게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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