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삶의 질과 관련한 논문을 쓴 계기로 2011년부터 충북참여연대에서 실시한 충북도민의 행복지수 조사를 해왔다. 이후 9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 순전히 사업을 이끄는 충북참여연대 사회조사연구소 김현기 소장님의 열정 덕이다. 그 일이 결과를 보려는지 며칠 전 김소장님의 발제로 충북도의회 회의실에서 '충북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 증진 조례'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진천군과 제천시의 라운드테이블 운영과 충북도민의 삶의 질 실태조사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날 제안된 조례는 충북형 행복지수와 지표의 선정, 거버넌스 구조의 행복위원회 설치, 도의 정책 결정시 행복영향평가 필요, 행복 증진교육 실시, 행정과 민간, 교육, 연구 등 협력체계구축 등이 주요 골자를 이룬다.

조례 제안이 바로 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에 대한 조례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미 일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서 행복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지만 대체로 시민의 행복 증진보다는 행복택시나 행복안전보험 같은 단위 사업 조례가 대부분이다. 전국의 행복에 관한 164개 조례 중 9개 만이 시민 전체의 행복 증진을 위한 조례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도에서는 증평군이 유일하게 행복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삶의 질에 관한 조례를 찾아보니 총 19건이 검색되는 데 그 조례의 내용이 농어업종사자, 임대아파트 주민 등을 위한 것일 뿐 보편적 대상의 행복을 명시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이뿐이 아니다. 행복이나 삶의 질과 관련한 통계를 찾아보려 'e-나라 지표'를 검색해보니 84건 정도의 행복 통계가 있는데 이 또한 대부분 특정계층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그마저도 충북만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몇 건 되지 않았다. '국가통계포털'에서도 행복은 609건, 삶의 질은 5건 정도지만 일반적인 사회조사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삶의 질 관련 연구와 조사, 관심이 필요한 이유, 즉 '삶의 질'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장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영역별 해결과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삶의 질이나 웰빙,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OECD에서는 2011년부터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LI: Better Life Index)'를 작성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38개 국가 중 29위로 나타났으며, 특히, 공동체(38위), 환경(36위), 건강(35위), 일과 삶의 조화(35위) 영역은 낮은 순위를 보인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현실에서 OECD의 통계는 더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가 궁금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사는 동네의 행복지표를 스스로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소득, 교육, 건강 등의 객관적 지표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행복감, 안정감, 친밀감 등과 같은 주관적 입장을 함께 고려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결국 사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총체적인 사회의 수준을 의미하는 사회의 질은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삶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의 확대를 뜻한다. 이날 제시된 조례의 내용은 앞으로 조정해 나가야겠지만 조례를 통해 행정의 본질적 목적에 기반을 둔 충북의 행복선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주민참여 기반의 '행복'이 제정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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