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어쩌다 시골. 충남 금산군 복수면 곡남리 마을공동체가 펴낸 시골 잡지 이름이다. 금산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일환으로 만들어진 한정판 잡지에는 귀농 귀촌한 주민들의 마을 소개가 담겼다.

10주간의 기록. 주민 가운데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람이 귀한 시골에 정착한 주민들은 존재만 서로 알고 있을 뿐 교류가 없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기록사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과정이었고, 마을을 탐색하는 시간이었으며, 마을 어르신과 교감하는 친교의 자리였다.

시골 작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마을을 소개했다. 학교 가는 길이 좋다. 풀벌레와 새소리가 음악같다. 뛰어놀기 좋고 공기가 좋다. 평화롭고 조용하다. 꽃잎도 풀도 반짝반짝 빛나는 마을, 새들이 돌아오고 나무가 많은 마을이라고. 글과 그림, 사진으로 엮는 이야기에는 과거도 있고 현재도 있다.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옛 사진들을 찾아 현재를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과 함께 담았다. 흑백사진은 컬러사진으로 변했고, 운동회 날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과 부모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떠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의 변화는 도시에서도 진행됐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학하초등학교 학생들은 새롭게 조성된 마을 놀이터를 조사해 소개했다. '우리동네 놀이터 사용설명서'라는 이름의 리플릿은 유성구 학하·덕명지구에 조성된 놀이터 11곳의 놀이기구와 주변 환경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직접 그리고 기록했다.

목도리도마뱀의 목구멍을 닮았다는 쌍둥이 미끄럼틀, 숲 해설을 들어도 좋을 만큼 나무가 풍성한 해적나무집 어린이공원, 별이 밭을 이루고 있는 외계놀이터, 호랑이 발자국이 새겨진 무장애놀이터까지 놀이기구와 놀이터마다 아이들이 지어준 새로운 별명이 눈길을 끈다. 어쩌다 마을을 주목하게 된 사람들이 기록을 시작했다. 기록은 새로운 관계의 탄생을 견인했고, 마을을 결속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