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필헌 영동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사

흔히 '다문화'를 떠올리면 사회 내에 존재하는 소수의 외국인들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문화는 한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를 뜻하는 것으로 문화적 소수자 또는 소수자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속한 '소수'의 외국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부분'인 외국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태도나 가치, 행동 역량이 '다문화 감수성' 인 것이다.

2019년 10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의하면 체류 외국인은 전체 248만1천565명으로, 경제와 문화의 주축인 20대~40대가 67%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외국인 근로자는 58만 명(중국 22만5천178명, 베트남 4만8천588명), 결혼이민자는 16만5천205명으로 역시 중국과 베트남이 많으나 그 외 국적을 가진 사람도 전체의 36%가량이다. 매우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지내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인 2015년도에 외국인 숫자가 190만이었고, 20년 사이에 외국인 유학생이 40배가 늘어난 것을 볼 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외국인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문화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미 대학가도 '외국인'은 소수자가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은 16만 명을 넘어섰으며 서울 주요 대학 유학생 비율도 적게는 6.6%(서울대)에서 많은 곳은 23.9%(서강대)에 이른다. 강의실 절반 이상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급증하는 외국인에 비해 민심(民心)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인 학생 중 90% 이상이 아시아 계열로 가장 빠르게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대학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경제적인 도움도 크지만, 학생들의 언어와 학습량 부족으로 아예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수업은 피해서 듣거나 조별 과제에서 한 팀이 되지 않으려 애쓰고 교수는 이들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공사 현장이나 농산물·수산물·축산물 관련 업종, 공장, 식당 등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 사회 속에 있음에도 여전히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주장과 이들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출생률에 '국제결혼 지원금'을 지급하자 국제결혼은 매매혼(賣買婚)이라며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다문화 가정 학생 비율이 높아지자 오히려 한국 학생이 차별을 받는다며 '쿼터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제기 되기도 했다.

증가하는 외국인들로 사회의 많은 분야가 활성화 되고 경제적·인적 문제도 해소되고 있으나 자연스럽게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도 형성된다.

그리고 이 많은 제노포비아의 대상은 대부분 유색인종을 향한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백인이 증가한다 했어도 똑같이 우려의 시선으로 봤을지,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로 인한 문제점을 더 부각시키고 공론화 시킨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2018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점, 청소년은 71점이었다. 주목할 점은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높아졌으나 성인의 경우 그 반대라는 점이다.

이 모든 장점과 단점 속에서도, 결국 앞으로도 외국인은 늘어날 것이고 우리는 외국인과 함께 공존(共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외국인 정책과 함께 국민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에 대한 편견은 버리고 장점은 수용하고 단점은 비판하며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숙제다.

송필헌 영동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사
송필헌 영동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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