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세종시 나성동은 정부종합청사와 이 지역 랜드마크인 호수공원에 인접한 세종의 노른자위 동네다. 이 동네에 오는 2021년 6월 준공 예정인 '한신더휴 리저브'는 호수공원 수변에 있어 조망권이 뛰어난데다, 핫 플레이스인 나성동 상권을 끼고 있어 분양열기가 뜨거웠다. 당첨만 된다면 아파트에 묻어둔 판돈으로 더블 이상은 충분히 챙길 수 있어 분양경쟁률이 수 십대 일에 이를 만큼 돈이 몰렸다.

이 아파트를 세종시 거주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특별공급 혜택으로 분양받은 인물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런데 그는 일 가구 2주택자다. 경기도 의왕 이편한세상 아파트(188.4㎡, 공시지가 6억13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양쪽 어느집도 팔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에게 팔고 싶지만 지금은 팔 수 없다는 변명거리는 널려있다.

이런 홍 부총리가 얼마 전 간담회 자리에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도 한 채만 빼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 않는가. 이 정권의 DNA에 담겨있는 '내로남불'말이다. 청와대 정책수석을 맡았던 김수현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지만 그는 재건축단지로 지정된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 한채로 10억 4000만원 벌었다. 116%의 놀라운 상승률이다.

세종시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돈을 번 사람은 홍 부총리뿐만 아니다. 작년 3월 낙마하긴 했지만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세종시 반곡동 '캐슬&파밀리에 디아트' 아파트 전용면적 155㎡ 복층 펜트하우스를 6억8천만 원에 분양 받았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3억~14억 원 수준. 불과 몇 년 사이에 아파트 한 채로 7억 원 안팎을 번 셈이다. 서민들이 좌절감을 느낄수 있을 만큼 큰 돈이다.

문제는 이들의 공직윤리다.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하게 된 과정이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의 경우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2017년 12월 세종시 이전기관 직원 대상 특별공급 청약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1순위 경쟁률이 최고 60대 1에 달했으나 그는 분양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임기가 기껏해야 2년도 안되는 장관급 정무직 신분으로 4년 뒤에 입주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연히 거주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투자를 위한 것이라면 이들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다른 공무원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로챈 것이다. 이 정권 고위공직자들의 윤리의식이 이 정도다. 무엇보다 홍 부총리는 집값을 잡는다며 부동산규제를 발표하고 다른 공무원들에겐 집 한 채만 빼고 처분하라고 언론플레이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준공 후 매각하겠다며 뒷짐 지고 있다. 세종아파트가 준공할 때 쯤이면 부동산으로 돈을 번 청와대 실세들처럼 매각대금으로 일반 직장인들이 꿈도 꾸기 어려운 거액의 불로소득이 그의 통장에 입금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가족과 함께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이사를 장려하기위한 의도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손쉽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그릇된 정신자세로 이를 악용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공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도 정부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기간을 지난해 3월 대폭 연장했다. 신규 단지는 시세 대비 저렴하고 '당첨 되면 로또'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 특혜논란이 제기되지만 주무부처인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가 여럿이 있다며 밀어붙였다. 별도 제한규정을 두지 않는 한 최정호·홍남기 같은 정무직 고위공직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아랑곳없이 자산증식에 나설 것이다. 누구를 위한 특별공급인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조롱당하고 불신 받는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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