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에게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나라의 부패이고 국가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등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첫 일성으로 청렴을 결의하지만 오늘도 자고 나면 공직자 비리가 잇따라 터진다. 그나마 다행은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가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 자치단체,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60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측정한 '2019 공공기관 청렴도'에 따르면 종합 청렴도는 2017년 7.94(10점 만점)에서 2018년 8.12, 2019년 8.19로 3년 연속 상승했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공서비스 부패(금품, 향응) 경험률이 감소하면서 청렴도가 높아졌다는 자체 분석이다.

하지만 충청권 45개 공공기관(광역단체, 시군구)의 경우, 전체 5등급으로 분류한 종합 평가에서 지난해와 달리 1등급이 단 한 곳도 없어 씁쓸함을 안겨 줬다. 지난해는 충남 예산군과 충북 음성군 등 2곳이 1등급의 영예를 안았으나 올해는 모두 1단계 하락해 2등급에 머물렀다. 다만 충남도와 부여군이 4등급에서 2등급으로 2단계나 올라 주목을 받았다.

광역단체에서는 대전시와 충북도가 지난해처럼 2등급을 수성했고 세종시는 3등급으로 1등급 상승했다. 시 단위에서는 충북 제천시와 충남 보령·서산시가 2등급, 충북 청주·충주시와 충남 공주·당진·아산·천안시가 3등급에 포함됐다. 충남 논산시는 4등급으로 낙제점을 면했다. 군 단위는 충북 괴산·음성·보은·옥천군과 충남 부여·예산군이 2등급을 받은 반면 충북 진천군과 충남 태안·청양군이 4등급에 선정됐고 금산군은 최하 등급인 5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대전시의 다섯개 구는 2~3등급으로 체면을 유지했다.

특히 교육기관은 행정기관보다 청렴도가 더 낮아 개선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등급은 한 곳도 없고 충북도교육청과 세종시교육청이 3등급,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이 4등급을 받았다.

지방의회와 국공립대학, 공공의료기관은 기관별로 등급 차이가 뚜렸했다. 광역의회는 충남도의회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은 반면 대전시의회는 최하위 등급에 낙점(?)되는 수모를 당했다. 충북도의회가 2단계 상승한 2등급, 세종시의회가 2등급 떨어진 4등급에 선정됐다. 국공립대학은 충남대가 3등급, 충북대가 4등급에 포함됐다. 카이스트는 5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국공립병원은 충남대병원 3등급, 충북대병원 4등급 등 모두 평균 이하였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청렴은 수령의 본무이자 모든 선의 원천이며,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 능히 수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렴하지 못한 곳에서 공직자의 비리가 싹튼다는 뜻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선택이 아닌 필수덕목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물을 흐렸다는 핑계를 대지 말자. 새해는 말로만 떠들지 말고 뼈를 깎은 자구 노력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청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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