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 성미정

어느 거리에나
나 대신 미친 여인이 산다

꽃무늬를 백 겹 천 겹 껴입은 꽃 그녀
어느 봄에 나도 그렇게 미치도록 피어나고 싶었다
보따리 천 개 만 개를 가진 이야기 보따리 그녀
매일 밤 나도 그런 보따리를 꾸려 이야기 속으로
야반도주하고 싶었다

멀쩡한 척
평범한 척
살아가는 쉰 무렵의 어느 거리에서
나는 복병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그녀들을
만난다

나야 나
바로 너 속삭이는
나의 아름다운 수호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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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점잖은 척 살아가지만, 꽃은 머리에 꽃을 꽂고 우리 대신 미친 척 살아간다. 가식을 다 벗어 던진 미친 꽃은 그래서 아름답다. '나'는 날마다 '멀쩡한 척'/ '평범한 척' 거짓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 안에 피어나 있던 꽃이 '나야 나/ 바로 너 속삭이는/ 나의 아름다운 수호천사들'이 있어 사는 게 힘들어 비틀거리면서도 우리는 미친 척하고 길을 간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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