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계 통합·화합 매개… '택견 세계화' 무한질주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현대사회는 세대간, 계층간 뿐 아니라 심지어는 함께 소속돼 같은 길을 가는 구성원들 간에도 갈등과 반목이 심화돼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남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고 사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하물며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기란 더욱 어렵다.

화합에 나서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지만 모든 이들을 아우르면서 어른 노릇을 해야 할 진정한 원로들을 찾기는 힘들다.

넓게는 세계와 국가, 좁게는 지역과 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무예인 택견이 오랜 기간 구성원들 간 고질적인 내분을 겪고 있다.

갈등과 분열이 워낙 심하다 보니 어느 누구도 화합을 이끌기 위해 선뜻 앞장서기를 꺼리지만 이순이 넘은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가 택견인들의 화합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원만하고 긍정적인 성품과 넓은 포용력을 지녀 '점잖은 원로신사'로 통하는 이 총재는 택견인들의 화합과 택견의 통합을 이끌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있다.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인 택견이 지난 2011년 11월 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 6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무예로는 최초로 인류무형 유산에 등재됐다.

택견이 이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택견의 본고장인 충주시민들의 절대적인 열정과 지지가 뒷받침됐다.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택견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많은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이석기(70) 사단법인 한국택견협회 총재다.

이 총재는 1998년 11월 24일 사단법인 한국전통택견협회 창립발기인 총회에서 협회 이사를 맡으면서 택견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부터 택견은 내부적인 갈등과 반목으로 분열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화합을 위해 앞장섰지만 단체 구성원들 간의 견해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택견의 본고장인 충주에서 한국택견협회가 발족하고 정우택 국회의원이 초대 총재를 맡았다.

이어 윤진식 전 국회의원이 총재를 맡았고 지난해 2월에는 이석기 총재가 취임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거물급 정치인들의 뒤를 이어 총재를 맡는다는 부담 때문에 총재직을 고사했던 이 총재는 "택견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총재를 맡아야 한다"는 주위의 강력한 권유로 임기 3년의 총재직을 수락했다.

그는 총재로 취임하면서 가장 우선 과제로 '택견 통합'을 내걸었다.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이석기 한국택견협회 총재

택견인들의 화합과 택견의 통합을 이끌어 대한체육회에 가맹한 뒤 택견종목을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포함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총재를 겸임하고 있는 세계택견연맹을 활성화시켜 명실상부한 택견의 세계화에 불을 당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총재 취임 후 지난해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택견대회'와 제11회 세계택견대회 등의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전국택견한마당대회와 시민택견체조 경연대회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최근에는 충주시와 협력해 올해 개최되는 '제 12회 세계택견대회'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에 응모, 최종 선정돼 국비 5천만 원을 확보했다.

택견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합리적이고 온화한데다 갈등조정 능력까지 갖춰 많은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이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러 부문에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워낙 조용한 성품이어서 크게 드러내지 않다.

그는 충주고등전문학교 전기과를 졸업한 뒤 한전에 입사했다가 10여 년 만에 퇴사하고 지난 1983년 충주 최초의 전기회사인 병광전기를 설립했다.

당시 병광전기는 충북도내에서 유일하게 활선작업(전기 공급을 끊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것)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한전충북본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일을 했다.

이처럼 앞선 기술력은 병광전기가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도록 한 밑거름이 됐다.

이 총재는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내면에 잠재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그는 모교인 충주전문학교 4년제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4년제 충주대학교로 승격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1995년에는 주경야독을 통해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4년제 충주대학교 제어계측과를 졸업했다.

이후 충주대학교 총동문회장을 6년 간 역임하면서 서울, 안성, 원주, 제천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지역동문회와 직장동문회를 구성하는 등 동문회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모교인 한국교통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측은한 사람들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의 이 총재는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는 숨은 봉사자다.

수년 전 한 주유소를 인수할 당시, 주유소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임대료를 받지 않은 채 1년 반이나 영업을 하도록 배려한 사실이 입소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1988년 봉사단체인 국원로타리클럽에 몸을 담은 뒤 클럽 회장과 충주지역 대표를 역임한 그는 30년이 넘은 로타리안이다.

1989년부터 역전파출소 방범자문위원을 맡아 방범대원들을 지원해 온 지도 30여 년이 넘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홀히 하지 않는 그의 성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주시협의회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12월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회 각 부문에서 원만한 갈등조정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올해부터 청주지법충주지원 조정위원회 회장을 맡았다.

이 총재의 맏형은 건설교통부 차관보와 한국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한중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이승일씨다.

그는 건교부 재직시 뇌물을 받지 않기 위해 주머니를 꿰매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청렴한 공직자였다.

둘째 형은 부산에서 대형 휘트니스와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이 총재의 아들과 며느리는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사위는 한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신제가 (修身齊家)를 강조하는 그의 산교육으로 자손들 모두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이석기 총재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조급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 부문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더 주변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면 밝고 명랑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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