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근중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농촌에서 젊은 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창업농 육성교육이 농협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농업 이론과 실습 교육에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뭘까.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에게 물어보면 '농업용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자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다 보니 한자 자체를 잘 모르는데다가 농업용어 상당수가 보도 듣도 못한 일본식 한자라서 어려워하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지 몇 단어만 소개해 보겠다. 관개(灌漑), 기비(基肥), 적과(摘果), 정지(整地), 삽목(揷木).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이는 낱말인지 정확하게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이를 순우리말로 바꿔보면 관개-물대기, 기비-밑거름, 적과-열매솎기, 정지-땅고르기, 삽목-꺾꽂이다. 얼마나 쉽고 이해하기 편한가.

그렇지만 이런 잘 이해되지 않는 일본식 농업용어가 아직까지 농촌현장과 농업관련기관에서는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해 전 일본식 농업용어의 잔재를 순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지만 그 후 소식은 듣지 못했다. 또 일부 지자체와 농업기관에서 어려운 일본식 한자가 많은 농업용어를 순우리말 다듬어 '순 우리말 농업용어 사용운동'을 벌였지만 그 효과 또한 미미한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No Japan' 분위기가 농촌까지 전파돼 지금도 유효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참에 일본식 농업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보급하는 것은 참 뜻있는 동참 운동이 될 것이다.

또한 농업현장에서 알기 쉬운 한글 표현의 농업용어들이 널리 쓰인다면 우리 청년들이 더 많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농촌에 정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쓰기도, 이해하기도 쉬운 한글 농업용어가 널리 보급, 확산되도록 농업인과 관련 기관단체가 함께 나선다면 천하의 근본인 농업의 위상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근중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김근중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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