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 뉴시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흘러 경자년 새해도 이미 시작됐다. 이와 똑같이 우리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정치인은 탄생하게 마련이고, 정치는 우리의 삶과 꿈을 지배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면 우리는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고, 그들이 사법고시를 없애는 법을 만들면 수십년 동안 판·검사 꿈을 키우며 고생했던 젊은이들이 절망해야 한다.

그들이 반인류 범죄나 살인죄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을 만들면 우리는 박수치며 속 후련해하고,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관련 기업이나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법을 만들면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한강의 기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모범이 되고, 상대방 헐뜯기 보다는 정책으로 경쟁하고, 품격있는 정치로 국민들을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소한 지난해를 비롯해 지난 몇 년간 국내 정치권은 그러하지 못했다. 제1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서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방해했고, 여당은 타협과 양보 없이 야당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이 들을까 두려운 막말과 볼까 두려운 폭력사태 등이 연출됐고, 민식이법, 유치원3법 등 시급한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하고 지연됐다.

지난해 9월 영국의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은 1위 과학자 42%, 7위 경찰 21%, 13위 기업가 12%에 비해 최하위 꼴찌인 15위 8%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 2018년 지속가능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으로 '신뢰하는 집단·조직'을 조사해 봤더니 대학생들은 정치인들을 '처음 본 사람'(7점 만점에 3.03점, 조사대상 22개 중 16위)보다 믿을 수 없는, 최하위 신뢰도의 집단(2.27점, 22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에는 4월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제21대 국회가 구성될 것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일부 도입했으니 거대 제1, 제2당 외에도 소수 의석을 가진 정당들이 여럿 탄생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의 뜻이고, 정치권은 이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 거대 양당만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강대강 대치만 하지 말고,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하며 서로 양보와 타협을 하라는 것이다.

또한 새해부터 정치권은 상대방을 비판하더라도 품격 있는 언어와 논리로써 국민들을 수긍하게 만들고, 잘못한 사람은 자기 편이라도 징계하는 '읍참마속'으로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시대와 국민 바램에 부응하는 법안을 제출해서 만들고, 국민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정책대안 제시와 날카로운 국정감사로 지지와 인기도를 높여 정권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고3 학생 수십 만 명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처음 하는 일인 투표가 자랑스럽고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말 간절하게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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