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일생은 우주의 시간에 견주면 찰나다. 달리는 말을 문틈 사이로 보는 것처럼 삽시간이다. 퇴직 후 맞닥뜨린 1년도 순식간이었다. 내게 있던 시간의 주도권이 어영부영하는 순간 시간으로 넘어갔고 시간이 나를 지배했다. 시간은 나와 무관하게 오고 멈춤이 없다. 며칠 전 맞이한 새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12월 31일로 다가와 나를 엄습할 것이다.

시간은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엄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난해 삶의 성적표에 만족하는가? 시간은 맹세와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생각에 머물렀던 나의 거짓을 심판했다. 실천과 성장을 가로막는 괴물은 무기력과 저항력이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누구도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두 번째 담글 때 강은 같은 강이 아니고, 그도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성장은 삶과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시간 속에 있다.

시간은 경험을 잉태한다. 삶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품고 있는 시간속의 경험으로 완성된다. 삶의 꽃밭에는 실패 꽃과 불행 꽃이 있기에 성공 꽃과 행복 꽃이 더 아름답게 빛난다. 시간은 희망과 절망, 성장과 퇴보,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성숙과 미성숙이라는 양면성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인생에 파고든다. 마음이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은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여무지게 쓴다.

숨 쉬듯 다가오는 시간속의 일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인생 전체를 보면 대부분의 시간은 평범하고 무료하다. 하지만 그 무난한 흐름을 뚫고 올라오는 불꽃같은 사랑, 도전, 성장의 시간들이 있다. 고단하거나 무료한 일상의 시간들이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들을 빛나게 만든다. 시간부자는 자신에 맞게 삶의 속도를 주도적으로 조절할 줄 알고, 그 순간에 빠져들어 오염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오늘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가? 배움은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 삶의 지혜를 새기는 작업이다. 머리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 내리는데 40년이 걸린다는데, 인생을 가슴으로 느끼며 살 때 정신적인 깨달음이 내 삶으로 승화된다. 변화는 무의식적인 나쁜 습관을 알아차리고 의식적인 대체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무의식적인 좋은 습관이 새롭게 만들어질 때 이루어진다.

과거와 미래는 상상속의 삶이고, 지금 여기만이 실존하는 삶이다. 지금 여기는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 하는 시점이다. 위대한 사람은 지금 여기, 자신에게 주어진 사소한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사소한 생각과 행동의 집합이고 결과물이다. 나를 지배하는 생각, 말, 행동, 물건이 내게 정말 필요한가를 매 순간 물어야 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다. 지금 마주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새롭다.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의욕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매순간 지금 그리고 오늘이라는 기한이 주어진다. '기한'은 내가 매순간 변화하겠다는 약속이며, 내가 정한 일을 마치겠다는 다짐이다. "지금보다 더 시급한 시작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이나 시대는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한 순간은 없습니다." 미국 시인 휘트먼의 시구를 새기며, 새해에 어떤 마음으로 살지를 가다듬어본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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