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뉴시스 제공  

지난해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개정안이 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 여기에는 선거권 및 선거운동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 4월 실시되는 제21대 총선부터 만 18세이상으로 선거연령이 하향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을 비롯해 청소년·시민단체 등은 반색하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교육계 주변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교육현장에서는 대부분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뜨악해한다. 선거참여에 대한 찬반을 떠나 방학중인데다 대학입시 때문에 대상자인 고3 학생들에게도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하지만 선거 관리와 교육을 맡게 된 교육당국과 학교 등에서는 발등의 불이다. 정치중립이란 대명제 속에서 선거 등 관련 교육은 물론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에 대한 지도와 관리문제를 떠안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학생간 분란이나 교사 의견표명은 자칫 교실에 정치가 스며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공정한 선거권 행사라는 의미 부여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 등에서 사전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 당국의 눈치보기와 준비과정까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정치권의 잘못이 더해져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이미 4년전 같은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의 경우 법 개정후 시행까지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이 기간동안 개정 4개월뒤 학교현장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으며 첫 선거 7개월전에 학생과 교사용 지침이 배포됐다. 우리는 법 개정후 두달 안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넉달도 안돼 첫 선거를 치러야 할 입장이다. 그만큼 촉급하게 서둘러야 한다는 것인데 사안의 중대성을 봤을 때 이같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는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예기간 없이 당장 적용해야 할 까닭도 불분명하다. 일단 법이 개정됐으니 판을 벌일 뿐이다.

사회활동과 관련된 다른 법규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만 18세 이상을 성인으로 보고 선거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처럼 앞뒤 안가리고 서둘러야 할 일은 아니다.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췄던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당장 상당수 고교생들이 학생신분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하며, 이로 인해 학교현장에서의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이 뒤따르게 생겼다. 이를 포함해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반대의견이 절반을 넘었고 찬성은 이에 못미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총선이 100일도 안남다보니 지난 일을 따지기에 앞서 앞일이 걱정이다. 먼저 선거교육의 범위와 정도, 선거와 관련된 정치활동의 허용과 제한 등을 정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정치권과 교육당국 각자의 상황과 입장이 모두 다르니 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념적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심각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긁어 부스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까닭이다. 현정부 들어 거듭되는 얘기지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경중도, 앞뒤도 따지지 않는 정치놀음에 또 한번 곡소리가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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