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성연동 충주 국원고

'내로남불'은 사자성어도 아닌 것이 사자성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인사청문회로 한참 시끄러웠던 지난 7~8월쯤 언저리에서 더욱 그랬다. 내로남불은 한글, 한자, 영자가 합쳐진 말이지만 어학사전에서 사자성어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어학사전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로 뜻풀이한다.

내로남불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와 남이 대등한 관계에서는 낭만적이며 뒷말로 그만이다.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정신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소일거리로도 그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권력, 권한, 경제력, 나이, 경력, 직위 등으로 대등한 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이 작동하고 관계는 아주 불편해지고 불합리해진다. 갑질이 그것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그 지점 아닐까?

한참 전 모 방송에서는 경찰관이 매점에서 근무하는 것을 꼬집은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시민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경찰서에서는 카페나 매점을 운영하는 것 같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의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경찰관이 매점에서 일하고, 계약직이 교통촬영 영상을 분석해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소식은 시청자인 시민을 더욱 분노케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마냥 분노로만 그칠 일일까?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다. "지역에 있는 전태일 기념관 외 두 곳을 체험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참고로 전태일 기념관은 정부 지원으로 건립된 곳입니다. 한 학부모가 편향적인 교육이라고 교장실에 항의 전화를 했고, 교장 선생님의 회유성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교장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은 이미 서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시민이며,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이다. 학교도 경찰서처럼 여러가지 직위와 그에 따른 역할이 있다.

학부모도 시민이며, 역할이 있을 것이다. 과연 학교는 낭만적이기만 할까? 학부모 또한 낭만적이기만 할까?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따뜻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감성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공감, 관계, 소통과 같은 말랑말랑한 언어들이 넘쳐난다. 적어도 내가 사는 범위 안에서는 그렇다. 이성적으로 다가가 원칙을 적용해 법령이나 상식에서 벗어난 사례를 들면 십중팔구 불편해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다반사다.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벗어나기는 분명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공감, 소통, 타협 등으로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들로 모두 해결된다면 추운 날 차가운 광장에 있는 시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로남불, 이 사자성어가 낭만적이고 뒷말의 소일거리 수준에 머무르려면 남의 불륜을 보았을 때 이성의 눈으로 나를 견줘보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성연동 충주 국원고 교사
성연동 충주 국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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