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고등학교 3학년도 이제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만 18세 학생들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진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오는 14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2002년 4월 16일생(生)까지 투표권을 갖게 된다. 만 18세 유권자는 전국에 53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찍을 수 있는 학생 유권자는 약 14만명이다. 충북에서는 4천644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전체 유권자에 비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이지만 피말리는 접전 선거구에서는 '교복 파워'가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4년 전 20대 선거에서 충북 청주 서원 선거구는 겨우 1천318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섣부른 예측이지만 이런 선거구가 이번 총선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복병은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선거는 늘 변수가 존재한다. 미진한 세력의 목소리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학생 유권자들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 유권자들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게 뻔하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학생 유권자들이 잇따라 정당 가입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정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소수 학생 유권자들의 '오버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지만 또래들의 움직임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당장 뉴스 등을 통해 본인이 유권자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정작 선거인명부 작성 또는 공보물을 받아본다면 선거를 향한 이들의 관심도는 폭발적으로 급증할 것이다. 가깝게는 여론조사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이 시행된 이후 내달 13일부터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다면 그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겠다. 학생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가능으로 교육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투표권을 갖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민주시민 교육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며 "정치나 투표에 참여하는 의미, 민주시민으로서 어떻게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선거교육 공동추진단을 구성한다. 2월 말까지는 정치 및 선거 관련 교과과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개발한다. 앞으로 일선 학교는 이 자료를 활용해 선거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 더불어 교육부는 학생 유권자들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선거법 위반사례 등을 담은 사례집을 학교에 전달한다.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일각에서 걱정하는 정치편향 수업은 논외다. 자칫 '책'으로만 민주시민 교육을 학습하다가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녹아있는 현장에서의 배움을 무시하는 경우다. 대게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은 '그건 해도 돼'와 '그건 하지마'로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하지만 성숙한 민주시민의 발현은 'Yes or No'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민주시민으로 가는 길은 치열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피어난다. 교실이 아닌 세상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고민해본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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