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사고 계기 교통업무만 20년… 운전자 인식 개선 '외길'

최인규 충북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이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최인규 충북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이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중부매일 창간 30주년 아젠다는 '지역과 통(通)하다'이다. '통'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돼 활용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지칭할 때도 'OO통'이라고 일컫는다.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통'이 많을수록 그 사회의 미래는 밝다. 각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통'을 만나 그 길로 접어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 편집주 자

2009년 12월 22일. 9살 터울의 친형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화물운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형이 전북 익산의 한 사거리에서 레미콘과 부딪혀 현장에서 숨진 것이다. 형이 몰던 화물차도 17t이었으나 신호위반 레미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사고처리 과정에 불만이 많았다. 꼬박 1년을 싸웠다. 그렇게 당시 고작 50세였던 형을 가슴에 묻었다. 그 때 한많게 형을 떠나보낸 동생은 경찰관이었다. 그것도 일정 구간의 고속도로 교통관리를 책임지는 순찰대장이었다. 최인규 충북경찰청 교통안전계장(51·경찰대 8기·경정)이 교통업무에 일생을 바치게 된 계기다.

최 계장은 1992년 경위로 임용된 이후 경찰생활 27년 중 20년을 교통업무에 매진했다. 교통업무와의 첫 인연은 1997년 경위 당시 청주면허시험장 도로주행 시험관으로 맺었다. 운전면허 전문학원제도가 도입된 첫 해부터 3년 동안 시험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충북청 면허계, 청주청원서(옛 청주동부서) 교통관리계장, 10지구대 고속도로순찰대장, 충북청 교통조사계장 및 교통계장을 거쳐 2017년부터 교통안전계장을 맡고 있다.

"과거 교통업무는 경찰의 '3D' 부서로 통했어요. 얼마 전부터 사회적으로 교통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교통은 경찰업무 가운데 블루오션으로 통합니다."

최 계장은 미래의 교통업무는 4차산업혁명과 융합돼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인공지능)를 비롯해 IT, ICT 등과 접목돼 교통업무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고차원 산업과의 연계에 맞춰 교통업무도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교통환경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면 교통업무는 서서히 후퇴한다고 경고했다.

2009~2011년 충북경찰청 10지구대 고속도로순찰대장을 지낸 최 계장은 당시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10지구대 관할구역인 중부고속도로 진입 지점부터는 2차로로 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충북 구간에서 차선을 막 변경하며 운행하면 여지없이 범칙금을 물렸거든요. 당시에는 화물차 운전자들에 대한 지정차로 위반 단속이 가혹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화물차들의 준법운행을 유도하지 못하면 고속도로는 순식간에 참담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지옥으로 변합니다."

소방헬기를 이용한 교통사고 환자 긴급이송 시스템 활용은 지금도 아쉽다고 한다. 2011년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을 때 최 계장은 거의 매일 FTX(야외기동훈련)를 통해 훈련을 반복했다. 영동과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유독 대형사고 많았다. 도입 첫 해에 경찰과 소방, 대학병원, 한국도로공사가 원할히 공조하면서 중상자 17명을 긴급이송해 15명의 생명을 살렸다.

"2011년 그 때는 미친 듯이 FTX를 했어요. 소방헬기로 중상자를 긴급이송하는 이유는 결국 빠른 시간에 환자를 옮겨야 한다는 의미인데, 손발이 착착 맞아야만 단 1초라도 줄일 수 있다는 간절한 심정이었어요. 3개월 만에 70여명의 고순대 직원 중 40명이 지방청장 표창 등을 받을 만큼 그 성과를 인정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어요. 참 아쉽죠."

지난 2일 오후 10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로 청주농고 후문 앞 대로변에서 이뤄진 음주운전 일제 단속 현장.
지난 2일 오후 10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로 청주농고 후문 앞 대로변에서 이뤄진 음주운전 일제 단속 현장.

최 계장은 교통업무와 관련된 하드웨어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시설물 개선 측면에서는 이미 넘칠 정도로 갖췄다는 것이다. 시설물 활용 또는 관리적인 측면에서 따져볼 문제지만 하드웨어 무장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채워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통업무에서 경찰의 고유권한은 사실 단속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 개선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경찰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교육 및 홍보 역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경찰과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업이 절실한 이유다. 교통업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자체의 마인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교통정책은 단속, 시설물, 교육·홍보가 전부입니다. 단속이 주가 되는 교통정책은 무의미합니다. 앞으로 교통정책은 교육 및 홍보가 핵심이어야 합니다. 시설은 전제 조건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교육 및 홍보 예산이 전무합니다. 무엇보다 교통준법의식이 중요합니다. 지자체들은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시설물 투입 예산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교통 및 홍보만이 이제 교통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교통사고는 재난 수준까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갈수록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이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지자체 관심이 높아져야 합니다."

작년 충북도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5명으로 전년(221명)보다 무려 12% 가량 줄었다. 역대 최저치 기록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100대로 진입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교통사고 발생·사망·부상 3개 지수가 모두 하락한 곳은 충북경찰청이 유일하다.

이 같은 탁월한 성과의 중심에 최인규 교통안전계장이 있다. '교통통(通)'이라는 수식어에 최 계장은 활짝 웃었다. 그저 '교통경찰관'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내년에는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더 줄여야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교통준법의식 정착입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교통문화 개선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최 계장의 아이디어 '운전면허 일몰제'

전국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인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스스로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지역화폐, 상품권 등을 선택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는 사고가 급증하면서 도입된 제도이다. 최 계장은 이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 제도보다는 면허취득 이후 만 75세가 되면 면허증을 자동으로 반납하는 '운전면허 일몰제' 도입을 제안했다. 노인 운전자의 선택적 자진반납이 아닌 일정 나이가 도달하면 면허 효력이 사라져 무조건 면허증을 재발부받아야 하는 것이다. 재발부 때는 엄격한 적성검사 및 세밀한 신체능력 측정 등을 통해 면허증 발급을 까다롭게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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