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과 종달새 / 강영은

그물에 걸린 종달새를 본 적 있니?
나는, 그 종달새와 그물 앞에 허공을 놓아 주겠다
바람과 햇살이 들락거리며 동아줄이 지닌 감옥을 비워 내리라
내 입술은 그물을 찢은 칼처럼 흐느끼리라
종달새에게는 종달새의 자유를, 나에게는 종달새의 하늘을 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

모든 종달새는 그물에 걸리기 가장 적합하게 날아다닌다. 이것은 세상에 그물과 종달새가 존재할 때의 얘기다. 세상의 모든 그물은 종달새를 잡기 위해 존재한다면, 세상은 종달새와 그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된다. 그런 감옥을 시인은 "그물 앞에 허공을 놓아" 시원하게 찢어버린다. 그걸 찢고 난 후 그는 "칼처럼 흐느끼"게 되는데, 왜 하필 노래를 흐느낀다고 표현을 했나? 새들의 노래란 사실 날마다 그물을 찢고 나와 드디어 우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 최호일 시인

*그동안 부족한 '시의 플랫폼'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더 좋은 모습과 방법으로 만나길 빕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