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말인데 얼핏 들으면 무모한 짓 같아 보이지만, 내가 다 이루지 못하면 자손들까지 나서서 산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큰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한 가지에 매진하다 보면 길이 보이거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시작이란 단어는 아름다운 말이다, 한 해의 시작, 작게는 하루의 시작. 시작이란 단어에는 무한한 희망이 담겨있다. 도전할 때 승부는 50대 50이지만 포기할 때는 100% 패배만 있을 뿐이다. '인생은 70부터'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실감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인생은 70부터'를 실현한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81세부터 그림을 시작해 '미국의 샤갈'로까지 불리우 게 된 '해리 리버맨'이다.

그는 은퇴 후, 노인학교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잡담을 하거나 그들과 장기를 두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그가 어느 날, 장기 상대자가 없어 그냥 멍하니 있는데 한 젊은이가 지나가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렇게 앉아 계시느니 그림이나 그리시지요?"

이에 리버맨은 "내가 그림을? 나는 붓 잡을 줄도 모르는데…"라며 되레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야 배우면 되지요?"라며 거듭 그림그리기를 권했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일흔이 넘었는걸." 리버맨은 청년의 호의를 다시 거절했다.

"제가 보기엔 할아버지의 연세가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더 문제 같은데요."

젊은이의 그런 핀잔은 곧 그 할아버지로 하여금 미술실을 찾게 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도 않았으며 더욱이 그 연세가 가지는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그는 성숙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었다. 붓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그는 매일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이 새로운 일은 그의 마지막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장식해 주었다.

그는 '미국의 샤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격려 속에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그림을 남겼으며 101세에 스물두 번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삶을 마쳤다.

해리 리버맨의 이야기는 '늦었다하는 그때가 가장 빠른 때이며,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60이나 70이 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아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남은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

새벽에 내린 이슬은 해가 뜨면 이내 사라진다. 인생도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이슬과 같다. 안개와도 같은 존재다. 우리의 일생에는 연습이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천년만년 사는 것처럼 착각하고 산다.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라." 해리 리버맨이 남긴 말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막상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두려워한다. 누구나 한 가지는 잘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키워드

#유종렬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