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매년 오는 해이지만 의미부여와 실행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한 해가 달라질 수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변하지 않는 사실 속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변화'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비슷하다.

최근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되거나 이해된다. '혁명'의 자리에는 '혁신'이 자리 잡는가 하면, 이와 연결해 '실험'과 '창조성'과 같은 단어들이 뒤따른다. 혁신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바꾸거나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터가 더 나은 공간으로 바뀌고, 우리의 공동체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바뀌는 것을 추구할 때,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체적인 계기와 활동을 조직하고 수행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기술은 발달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 꽃은 피고 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에서 '변화와 혁신'은 시작된다. 변화와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청주시가 옛 청원군과의 통합시 출범 6주년을 맞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새 시청사를 국제설계공모한다. 시는 지난 6일 조달청 나라장터와 시 홈페이지에 통합시청사 건립 국제설계공모 관련 내용을 공고했다.

시는 통합시청사 타당성조사, 공유재산 취득심의 및 사전재해영향성검토, 실시계획인가, 지방재정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설계공모를 했다. 1단계 국제설계공모는 국내·외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공모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5개 팀과 지명된 국외건축가 3개팀 등 총 8개팀이 2단계 심사를 거친다.

2단계 지명건축가로는 9·11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프리덤타워를 세운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참여한다. 이화여대 캠퍼스 콤플렉스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와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스노헤타 건축사사무소 소속 로버트 그린우드건축사도 선정됐다. 1단계 일반 공모는 2월 7일 참가등록과 3월 13일 작품 접수를 거쳐 3월 20일에 결과가 발표된다. 2단계 지명공모는 7월 8일 작품을 접수해 같은 달 14일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다.

통합 시청사는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현 청주시청사 터를 포함해 부지면적 2만8천459㎡, 전체면적 5만5천500㎡ 규모로 건립된다. 설계비 78억원, 공사비 1천424억원이 각각 투입돼 오는 2025년 준공될 예정이다.

특히 시는 과거 호화 청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던 몇몇 지방자치단체 청사들의 교훈을 인식해야 한다. 실례로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공사비 1천억원을 훌쩍 넘는 호화청사 건립은 지난 민선 4기 때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3천20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된 성남시를 비롯해 용인시, 서울 용산구 등의 호화청사가 도마에 올라 질타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하면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 런던하면 타워브리지가 연상된다. 서울도 남산타워, 숭례문 등 복수의 랜드마크가 있다. 그런데 청주 대표 상징물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이젠 '통합시청사라'는 희망이 생겼다. 신청사는 '100년 후를 내다본 청주의 상징'으로 태어나야 한다. 먼 훗날 시민들이 두 팔 벌려 옛 모습까지 감싸안는 '포용'의 관점에서 신청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건립돼야 하며, 이번 사업의 마무리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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