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경자년. 새 해가 밝았다. 새 수첩을 직원이 책상에 놓아주었다. 은은하게 짙은 회색이 멋스러운 두툼한 다이어리다. 가만 펼쳐보니 2020년 달력이 파노라마로 보이고, 다음 장부터는 하루하루 메모를 할 수 있도록 된 일기장이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누구나 습관적으로 뇌수(腦髓)의 분실(分室)을 가지고 다닌다. 특별히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뭐든 철저히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리라.

가만 생각해보니 이번 수첩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업진흥원이란 곳에 몸담은 이래 두 번째로 받는 수첩. 매일매일 어떤 내용으로 이 수첩을 채워나가야 할까 고민한다. 첫해는 업무파악과 직원들과의 융화를 위해 정신없이 지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기업진흥원이 충북경제와 우리 지역기업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거듭 정비하고 돌아봐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수신문에서 지난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해 정치권의 분열을 비판하면서도 우리 사회전체는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한 바가 있다. 지난 해 우리사회, 우리나라는 정치권의 대립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는 자각하에 올해는 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새 해를 맞아 충북의 자치단체장들도 2020년을 맞는 각오를 한자성어를 이용해서 표현했다. 김병우 교육감은 '시우지화(時雨之化)'를 선정하고 여름철 제 때에 내리는 비처럼 교육이 스며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청주시의 경우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정해 시민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충청북도 이시종 도지사는 시무식에서 '경자대본(經者大本)'을 강조하며 경제가 천하의 근본으로 충북경제 4%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각오를 보여주었다.

기업진흥원은 충북도가 설립한 법인이다. 충북의 다양한 경제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자대본이란 말이 새로 받은 수첩 첫 페이지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올해 기업진흥원은 도정목표에 맞춰 우리의 사업비전을 도민이 행복한 충북경제 4% 달성을 선도하자로 정했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그렇게 정했다. 실천과제로 네 가지 전략목표도 수립했다. 그동안 해오던 사업들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보다 기업인들에게 맞게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자금지원, 국내 판로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 해외마케팅지원을 통한 수출강화 등 세심하게 살펴 시행할 일이다. 거기에 기업인들의 힘을 북돋워줄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과 중소기업대상 수상기업의 선발 등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전략목표를 맞춤형 기업지원을 통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고 정했다.

기업애로조사를 해보면 자금조달 문제와 더불어 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인력의 문제다. 기업진흥원은 충북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 애쓰고 있다. 올해는 충청북도 잡-브릿지(Job Bridge) 센터를 새롭게 오픈할 예정으로 건물 1층 공간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다. 완성되면 구직자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상담받을 수 있고, 기업을 위한 구인구직만남의 날 등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어 지역의 고용환경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두 번째 전략목표를 수요자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고 했다.

얼마 전 뉴스1은 21대 국회에서 2030세대를 위해 우선해야할 정책이 무엇인가 여론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이 27.5%, 결혼, 출산, 육아지원이 26.5%, 주거지원이 20.1%의 순이라고 한다. 조사결과에는 취업도, 결혼도, 내 집 마련도 뭐 하나 쉽지 않은 청춘의 고단함이 녹아 있다.

충북의 청년도 같은 처지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청년중심 일자리 확대와 청년활동 활성화라는 목표아래 청년들이 부담없이 무료로 활용가능한 활동공간으로 충북청년희망센터를 운영한다. 희망센터에서는 지난해보다 확대된 청년활동을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교육, 문화,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진흥원 자체의 조직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관위상을 확립하고자 한다. 조직진단을 거쳐 인력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할 것이다. 지속적인 직원교육으로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다. 비영리재단인 기업진흥원의 경쟁력은 직원들의 전문성에 달려있다. 직원 한 명이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줄 때 보다 강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올해 기업진흥원은 이런 네 가지 전략목표를 가지고 직원들 스스로 정한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인들에게 인정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 성공의 키워드로 꼽는 것이 야망(desire), 열정(passion), 동기부여(motivation) 등 다양하지만 실행(Action)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쥐띠 해다. 쥐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며 실행하는 기업진흥원이 되어야겠다.

충북경제 4% 달성이라는 커다란 수레를 끌고 가는 충북도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줄 수 있는 기업진흥원을 그려본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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