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조감도. /충북도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조감도

방사광가속기(放射光加速機)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은 생소하지만 우리 충북은 유치 과제가 발등의 불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분자구조 움직임을 펨토초(1천조분의 1초)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퍼현미경이다. 또한 초정밀 기계를 깎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극미량의 원소 성분을 분석하거나 표면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방사광가속기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했을 정도로 신약개발에 필수 장비다.

반도체 산업의 벽이나 다름 없었던 10㎚ 이하 반도체 공정 개발도 바로 이 방사광가속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광통신 반도체소자 불량률을 70%에서 10%로 개선했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과 고도화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16년 포항공대에 길이 1.1㎞, 높이 3m인 국내에서 가장 긴 단층 건물의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했고, 이는 세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쾌거였다. 국내에는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포항의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등 두 대가 있지만 전국의 대학, 연구기관, 첨단산업 기업들이 이용하기에 포화상태이고 일부는 노후화됐다.

더구나 이들 가속기가 국토 동남쪽 경상도에 치우쳐 있어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에서는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정부에서 총 사업비 1조원을 들여 최신 방사광가속기 한 대를 더 짓기로 했다. 이 방사광가속기 한 대의 생산 유발 효과는 6조7천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 규모도 13만7천명에 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자 충북 청주시, 강원도 춘천시, 전남 나주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를 오창테크노폴리스에 넣을 계획인데, 이곳은 지질학적으로 지진이 적고 화강암반 지대여서 대형첨단연구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인근 오창, 오송, 청주에 바이오, 반도체, 화학 등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집적해 있고, 수도권 등 타 시·도에서도 거의 2시간 안에 왕래할 수 있는 접근성이 강점이다.

유치 경쟁도 치열해 김영록 전남지사는 13일 스웨덴으로 날아가 그곳의 방사광가속기를 둘러보고 기초과학연구 협력 등 나주시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예정이다. 물론 충북도 이달 중으로 시민단체, 연구소와 대학,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하는 기업들로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범도민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받아 놓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이명박 정부 때 대구에 반을 빼앗긴 경험이 있는 충북은 이번에는 더욱 강도 높고 치밀하게 유치전을 펼쳐야 한다. 입지조건도 경쟁도시보다 유리하고, 반도체, 바이오, 화장품, 태양광 등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충북으로서는 호남 배려 등 정치적 요인을 제거하고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북도와 청주시, 유관 연구소 및 대학, 기업의 전문가들로 TF팀을 꾸리고 이들을 유치 때까지는 오직 이 일에만 매달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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