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때 '따뜻한 겨울'이란 말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전해주는 희망과 위로의 말이었다. 그러나 2020년의 '따뜻한 겨울'은 우리 삶에 대한 위협이자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지구온난화가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경고인 셈이다. 기후의 변화는 사는 모습과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이어진다.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지금의 기후변화는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올 겨울 그 어느 해보다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겨울실종'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더 가파라질 환경변화의 예고편일 뿐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은 겨울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이미 아열대 기후가 된 최남단 제주도는 온몸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겨울횟감인 방어가 한반도 동해안으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고, 한라산 구상나무 서식면적은 빠르게 줄고 있다. 내륙으로 진출한지 이미 오래된 감귤 후속 작물로 바나나의 민간 재배에 이어 카카오도 지난달 열매 맺기에 성공했다. 얼마전에는 낮 기온이 23.6℃로 관측사상 1월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1.5℃, 전년대비 0.9℃ 높아져 10℃를 넘었다. 정말 겨울이 없어진 것이다.

내륙에서도 하천과 습지가 얼지 않으면서 곳에 따라 철새가 배이상 늘었고, 농작물중에는 마늘·보리 등이 웃자라 피해가 우려된다. 겨울의류가 안팔린지 오래됐으며 한겨울인 1월 등산이 많아지면서 조난사고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 겨울 아이스크림·빙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반면 눈이 내리지 않아 지난달 적설량은 관측사상 최저인 0.3㎝에 그쳤다. 큰 추위를 뜻하는 대한(大寒)이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며칠전 소한(小寒)때 전국 상당수 지역의 수은주는 하루종일 영상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확연해지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겨울이 실종되면서 벌써부터 올해 농사가 걱정이다. 춥지않은 겨울은 병해충의 기승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베리아 고기압으로 표현되는 한파(寒波)가 없어지면서 겨울철이 지금의 3한4미(三寒四微) 대신 그냥 '계속 숨막히는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 당장에는 겨울축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천산천어축제 등 강원도 겨울축제가 죽을 쑤면서 총 5천억원에 이른다는 경제유발효과도, 3천600명이 넘는다는 고용창출도 크게 줄어들 판이다.

충북만 봐도 사과주산지 대신 커피·감귤재배가 눈에 띄고, 제천 겨울왕국 페스티벌의 활로가 고민된다. 늘어나는 철새로 AI가 우려되며, 과수화상병을 털어내지 못한 가운데 농작물 병해충 걱정이 커진다. 더구나 이제 시작인 만큼 조금씩, 서서히 일어나지만 어느 순간 급박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의 예고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수십년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듯 싶다. 옷 젖는 줄 모르게 내리는 가랑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우를 알리는 비바람이 부는 것이다. 피하기에 이미 늦었다면 우산이라도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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