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지난해 12월 박재희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가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선정됐다.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은 국내 무용 역사상 최초의 일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국가무형문화재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결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재 가운데 그 중요성을 인정해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다.

박 교수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뜻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 교수는 1973년 고 한영숙(1920~1989) 선생에게 직접 태평무를 전수 받았다.

태평무는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예능보유자이자 한국 무용의 아버지 고 한성준(1874~1942)이 경기 무속춤을 재구성한 춤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 한영숙 선생은 고 한성준 선생의 손녀로 그의 춤을 계승한 전통무용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의 복장을 해 궁중풍의 웅장하고 화려함을 보여 주며 낙궁, 터벌림, 도살풀이 등의 춤장단으로 다른 것에 비해 구성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장단의 변화와 함께 겹걸음, 잔걸음, 무릎들어 걷기, 뒷꿈치 꺾기 등 디딤새의 기교가 현란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은 절제미를 보여준다.

태평무는 우리나라 춤 중에서 가장 기교적인 발짓춤이라 할 수 있는 공연예술로서 민속춤이 지닌 특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세계에 견줄 만큼 예술성이 높다.

박 교수는 한영숙 선생에게 승무도 전수받아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전수장학생 선정, 1980년 승무 이수자가 됐다.

나라의 독립과 태평성대를 염원하며 창안됐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민족정신이 깃든 춤인 태평무. 박 교수는 이를 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의무와 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듯 1973년 태평무를 전수 받기 시작해 46년이 지난 2019년 예능보유자로 선정되기 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현실은 어떠한가. 당장의 취업률만을 위해 문화적 소양보다는 경제적 논리에만 치중하고 있다.

문화의 힘은 1~2년만에 당장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김구 선생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며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얕잡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청주만 보더라도 젊은 전문 예술인들을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대학을 통·폐합 시키고 전문 예술인 양성에 힘을 쏟지 않고 있다. 이미 청주의 전문 예술인들도 장년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페라 공연을 올리려고 해도 외지 단원들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문화의 힘은 장시간에 걸쳐 축적 되고 그 힘이 모여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15일 청주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 기념 시연회를 펼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충북을 중심으로 더 많은 전수자들이 생기고 우리 문화를 계승·보존하는 일에 지자체, 학계, 예술계에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