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얼마 전 학생들과 보드게임(말판놀이)을 한 적이 있다. 습득하지 못한 방법으로 내가 남을 이해하고 어울린다는 것은 모험일까.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습 플랫폼(Platform)이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드게임을 할 때 보통 먼저 규칙을 정하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자들 간에 대화로 풀어간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쉽지 않다. 개인 경험과 가치, 선호 부문이 다르고 어릴 때부터 우리가 성취감에 비중을 두는 연습이나 배움보다 경쟁적 구도에 더 잘 길들여진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의견 불일치의 상황이 예견되는 일이었다. 양보와 타협, 잘잘못에 대한 판단과 기준, 기본예절이 그래서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큰 테두리에서 참여자 간의 말과 행동이 왜 존중되어야 하는지, 왜 창의적 게임과 규칙을 찾아야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보드게임 한 사례를 잠시 소개하면 ①6명이 한 조가 되게 구성한다 ②6명 중 1명이 호스트(host)가 돼 개인별 6장의 그림카드를 6명에게 나눠 준다 ③호스트(host)를 제외한 5명은 양손에 그림카드 3장씩 나눠 든다 ④호스트(host)는 자신이 받은 그림카드 6장 중에 1장을 마음속으로 선택해 비공개인 채 그림카드와 관련해 자신의 지식(사실)이나 경험, 속담, 그 밖의 시사적인 이야기를 한다 ⑤그러면 참여자 5명은 설명과 가장 가까운 카드 1장씩 뽑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게 중앙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⑥호스트(host)는 자신이 설명한 그림카드 1장을 공개한 후 중앙 테이블에 놓여진 5장의 카드를 섞어 앞면이 보이도록 놓고 5점부터 1점까지 각각 점수(칩)를 올려놓는다 ⑦호스트(host)는 왜 그런 점수를 각각 줬는지 공통점, 유사점, 경험, 관련성 등을 비교해 설명한다 ⑧이번에는 거꾸로 5명의 학생들로 부터 각각 그림카드 선택 이유를 호스트(host)가 듣고 최종 점수(칩) 이동을 한다. 그리고는 개별 최종 점수만큼 숫자판(윷놀이판과 비슷함)위에 말을 이동시킨다 ⑨정해진 목적지를 거쳐 도착지점에 이르면 끝나는 게임이다. 호스트(host)는 돌아가며 1명씩 역할을 수행한다. 호스트가 처음 주관적으로 점수 줄 때 잘못된 이해, 지식 적용, 기타 편견 따위로 평가했을 경우를 대비해 평가 기회가 더 주어진다. 이 때 참여자들의 그림카드 뽑은 의도와 설명에 호스트는 양심적으로 주목하고 반응하게 된다. 최종 점수(칩) 이동이 끝나면 반전의 묘미도 있다. 처음 평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참여자들 간의 적절한 긴장감 고조와 희비가 엇갈린다. 요즘 인터넷상 보드게임(Board Game) 열풍과 비교해 보면 오프라인 보드게임(말판놀이)은 규모나 관심은 적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친구들끼리 서로 직접 얼굴을 보고 탄성을 지르며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안 정겨움이 솔솔 묻어난다고나 할까. 참여자들끼리 더 친숙해지고 학습 동기나 발표력이 향상되며 차원이 다른 상상력 추구나 지적 호기심, 활기찬 수업 효과까지 얻게 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놀이 과정, 결과가 모두 중시돼 서로 궁금한 부분을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답할 기회가 생긴다. 참여자들의 다른 생각, 다른 상황, 다른 시각을 배우는 장점이 있다. 작게 시작하지만 학습 문화가 바뀌어 간다. 온라인 게임으로 뒤덮는 세상이다. 세상은 변한다. 끊임없이 유익하고 의미 있는 일이 있다면 세대와 벽을 뛰어 넘어 공감과 기술, 어떻게 만들어내고 수용하느냐가 문제다. 세련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어떤 문제를 잘 풀어가기 위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등학교 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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