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올해의 겨울은 따듯합니다. 흰 눈이 아닌 겨울비가 가득한 회색의 겨울날들입니다. 겨울이 더워진 것은 1980년대부터 급격하게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철 평균온도가 계속 상승해서 봄꽃의 개화시기는 10일 정도 앞당겨졌습니다. 우리나라 고산지대인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에서 대표적인 고산식물인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들이 대규모로 고사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고산에 눈이 쌓이지 않아 수분이 부족해 죽는다고 합니다.

이런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지금 호주는 역대로 가장 무서운 산불로 인해 사막 지대를 빼고 불바다입니다. 호주의 생명들에게도 지옥이지만 산불은 호주를 넘어 전 세계의 재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겨울이면 호주는 한 여름입니다. 호주의 산불은 여름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여기에도 자연적인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호주의 여름은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사막에서 부는 건조하고 뜨거운 열대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럼 상당히 건조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의해 비벼지거나, 아침 이슬의 물방울은 돋보기 효과로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급격하세 산불로 이어지게 됩니다. 보통 이런 산불은 자연발화로 산불을 통해 번식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식물에겐 오히려 좋은 효과가 되기도 합니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산불로 인해 자신은 타지 않고 화재로 죽은 다른 식물의 영역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산불은 곧 다시 정리되고 생태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번 호주 산불은 심각합니다. 간단하게 몇 구역이 아닌 호주 전체로 이어지는 산불로 번졌고, 자연발화에서 인재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더 진화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미 남한의 면적이 화재로 소실되었고,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해 5억여 마리의 야생생물이 죽음을 당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코알라는 피해가 더 컸는데 이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야 할 정도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코알라가 이번 산불로 많은 희생을 당한 것은 대규모 산불이라는 점과 코알라의 생태적 특징이 이동속도가 느린 점입니다. 빠른 캥거루도 화염 속에서 죽었다고 하는데 코알라는 더욱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코알라 행동이 느린 것은 호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행동입니다. 먹이를 찾아 다니기 어려운 더운 호주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방법은 움직임을 적게 하고 잠을 많이 자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몇 만년이 넘게 진화해온 코알라의 생존 방법이 이젠 죽음을 당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코알라의 잘못은 이렇게 지구가 더워질 줄 몰랐다는 겁니다. 또 매해 있던 산불이 이렇게 지독하게 바뀔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것은 변화 과정이 급격하게 빨랐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지구 전체를 차지하며 에너지를 독점한 것은 불과 몇 백 년도 안 되는 시간입니다. 무분별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기체가 지구온난화를 만들 줄은 코알라는 몰랐습니다.

우리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희생된 코알라, 캥거루를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가져야 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호주는 우주로 둘러쌓인 지구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지금 지구는 호주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그럼 코알라와 캥거루는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5억 명의 인류가 희생되었다면 우린 더 큰 충격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살아남기 위한 행동을 할 것입니다. 지구는 계속해서 인류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이젠 행동할 시간이라고. 하지만 우린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립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살아날 수 있다고 눈먼 희망을 심어줍니다. 많은 생명들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불편하지만 강력한 행동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힘들게 싸우고 있는 호주 생명들을 위해 빨리 산불이 진화되길 바랍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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