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출생 때 누구나 반드시 해, 달, 날, 시의 사주(四柱), 생년월일을 부여받는다. 여기에 또 하나가 첨가된다. 띠다. 태어난 해를 열두 지지(地支)를 상징하는 동물들의 이름으로 부르는 말이다.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 등으로 십이지(十二支)라 한다. 십이지 순서는 고정이며 천간(天干 - 甲, 乙, 丙, 丁, 戊, 己, 庚, 辛, 壬, 癸)과 맞물려 한 해씩 돌아가 5번(12년 5번)을 돌면 육십갑자(六十甲子), 환갑(還甲)이다.

12 동물 문화의 시작은 정확하지 않으나 기원전 2세기경 중국 진(秦) 나라 혹은 한(漢)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주로 한,중,일은 물론 베트남, 태국 심지어 인도 등에서도 12 동물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는 몇몇 동물이 우리와 다르다.

12 동물의 순서가 어떻게 정해졌을까? 정답은 없다. 가장 많이 회자하는 설은 천왕(天王)의 지시에 따라 동물들이 천상의 문에 도착한 순서라고 전해진다. 쥐가 먼저 도착해 1위가 되었다. 어찌 쥐가 1위를 차지했을까? 의문이다. 무수한 동물이 열심히 달렸다. 가장 작고 힘이 없는 쥐가 일등 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쥐가 머리를 돌렸다. 요령 피우지 않고 우직하게 달리는 소에 올라탔다. 결승선에 다다르는 순간 살짝 먼저 내려뛰었다. 애석하게도 소는 쥐가 뿔에 타고 있는 줄 몰랐다.

약아 빠진 쥐에 대해 소는 물론 사람도 분노가 치밀었다. 쥐에 대해 응당 보복하고 싶었다. 심지어 소는 정말 쥐를 밟아 죽이고 싶었다. 드디어 소가 쥐에게 통쾌한 보복을 하게 됐다. 인간들이 자신(소)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소 뒷걸음치다 쥐잡기'라는 속담을 만든 덕분이었다. 쥐가 소 뒷다리에 밟혀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실수로 그런 것이니까. 쥐에 대한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중,일은 툭하면 촌철살인의 사자성어를 만들어 삶의 경계나 비유 등으로 삼는다. 비열하거나 사기성 있고, 기회주의적 사람을 지칭할 때 쥐에 비유하기로 했다.

석서위려(碩鼠危旅). '석서'는 배움이 깊어 학식과 지식이 매우 높은 쥐, 큰 쥐를 말하지만,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위정자를 비유한다. 위려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다'는 뜻이다. "큰 쥐야 큰 쥐야 우리 마당 곡식 먹지 마라, 삼 년째 벌써 너를 알고 지냈는데, 나를 살려 주지 않으려면 장차 너의 땅을 버리고 즐거운 나라로 가리라(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逝將去汝土 適彼娛樂國)" 조선시대 김시습이 '시경 위경편'에 나오는 '석서'를 참고해 지은 한문시다.

서목촌광(鼠目寸光), '쥐의 안목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여서 눈앞 곡식만 본다.' 멀리 보지 못한 채 눈앞에 있는 음식물만을 챙겨 먹다가 고양이에게 잡히는 꼴을 말한다. 성호사서(城狐社鼠), '성곽에 사는 여우와 토지묘(土地墓)에 사는 쥐'의 뜻으로, 임금 곁에 있는 간신들이나 몸을 안전한 곳에 두고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를 비유한다. 수서양단(首鼠兩端), '쥐가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나갈까 말까를 망설인다.' 얼른 결정을 못 하는 우유부단 또는 이모저모 살피는 기회주의자를 꼬집는 말이다. 관창노서(官倉老鼠), 관가의 창고에 늙은(학식 있는) 커다란 쥐가 살며 곡식을 독식한다는 뜻이다. 권력에 빌붙어 국가의 재정을 좀먹는 탐관오리를 비유한다.

이처럼 쥐와 관련한 사자성어나 속담들이 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유한 것들이 별로 없다. 쥐는 태생적으로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보복을 후손 쥐들이 불행하게 당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쥐는 사익만을 좇아 잔머리와 술수를 부리는 데 서슴지 않는 소인배로 일컬어진다. 쥐와 같은 군상이 있다. 바로 정치인. 하라는 정치는 하지 않거나 못하고 사리사욕만 챙겨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는 쥐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림을 통한 권력과 권위 그리고 재력의 무단 포획에 목적이 있다. 올해는 총선의 해이다. 벌써 곳간을 몰래 축내려는 쥐새끼들이 구멍에서 대가리 내밀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가리 내밀 때 몽둥이 후려쳐야 할 텐데. 몽둥이가 없으니 걱정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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