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한국당이 최근 법무부가 단행한 검사장급 인사를 현대판 '사화(士禍)'라고 빗댄 가운데 조선시대 '사화'와 현재 정치문화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나와 씁쓸하다.

대입 등 각종 시험에서나 등장하는 '사화'는 연산군 시절 훈구파와 사림파의 정치적 견해 차이와 경제적 이해 관계룰 둘러싼 다툼에서 시작됐다.

당시 사화는 상대방을 모함해 죽이거나 유배를 보내는 등 피바람을 몰고 왔다.한마디로 대의명분 없이 기득권층인 훈구파가 정권 유지를 위해 눈엣가시인 사림파를 숙청한 사건이다.

하지만 사림파는 훈구파의 탄압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선조때부터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이들은 정권을 잡자 백성을 멀리하고 패거리를 만들어 정쟁만 하는 붕당 정치에 빠져 결국 조선이 일본에 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의 정치 문화도 700여 년전 사림파의 패거리 정치와 다르지 않아 걱정이다.지금 정치권은 여야 모두 국민을 무시하고 당리 당략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패거리 정치는 물론 막말과 망언,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마다하지 않아 국민 불신을 자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 막말은 필요악이라고 항변한다.발언의 강도가 셀 수록 언론의 주목을 받아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돈을 들이지 않고 이름과 존재를 빠르게 알릴 수 있어 막말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한다.물론 잘못되면 사법 처리되거나 영원히 정치에서 떠나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일부 중견 정치인은 막말 발언를 애용한다.문제가 되면 바로 사과하고 언론이 이를 다시 보도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막말은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듯 자고 나면 터진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문제 발언은 이 대표가 지난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이 공개한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서 당이 영입한 인사 중 사고로 장애인이 된 영입 1호 최혜영 교수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최 교수는 내가 만나 보니까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다"며 "(하지만) 선천성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라고 선천성 장애인을 비하했다.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했다지만 여당의 대표로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민주당은 즉시 사과하고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 2018년 12월 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막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저런 대통령이 제 정신인지 의심스럽다''웃기고 앉았네.XX 같은 게' 등이 최근 발언한 대표막말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정동열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가 노인 앞에서 무릅 끓고 사과하는 곤혹을 치렀다.

총선이 이제 90일도 남지 않았다.공인은 말을 할 때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고 신중하자.그래야 괜한 오해를 사지 않고 뭇매도 피할 수 있다.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제발 말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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