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오는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잔인한 4월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의 4월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난 한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정치 실종의 시대'를 겪었다. 좌우이념으로 인한 투쟁과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정책보다는 정쟁이, 합의보다는 고성과 몸싸움이 20대 국회의 모습이었고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를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해야 되는가?' '무엇을 위한 국회이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라고 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일꾼(?)들을 선출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야 정당마다 서로 고개를 조아리며 충직한 일꾼임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겉으로만 본다면 선거판이 즐겁고 흥겨운 것이 당연하다. 아니, 적어도 후보로 낙점을 받아 목마에 올라탄 주인공들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흥겨울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자신을 선택해 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허리를 굽혀 가며 친절하게 손을 잡고 읍소한다. 그러나 일단 선거를 통해 권력의 문에 들어가면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해 준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권익과 정파적인 이해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정치인들이고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은 분명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들은 이내 다시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 "공정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 "바른 정치를 하겠다"며 유권자 호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국회에 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의 정치를 보고, 듣고, 겪었던 국민들은 오히려 국회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란 이 세상을 자유롭고 평등하도록, 또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들이 협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국회에서는 매일 혐오스러운 언사로 상대방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고, 정당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변인들이 나서 상대편 정당을 헐뜯고 상처 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사상가이자 '군주론'을 저술한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그 자체의 목적과 원리와 기준을 가진 활동으로 보고, 정치의 '자율성'을 제일 먼저 주창했다. 그는 정치에 있어서는 수단이 목적에 맞춰 선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좋은 수단은 가장 확실하게 목적을 이루는 수단임을 강조했다. 정치의 자율성과 독립을 의미하는 이 원리는 그의 전 사상의 근본이 됐다. 이 정치의 자율성은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의 자율성과 더불어 근대사상의 토대를 이룬다. 이 정치의 자율성은 우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정치의 주권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항상 '정치'는 단독으로 우리와 관계없이 저 멀리 있다가 선거 때가 돌아오면 잠시 우리 옆에서 표를 갈구하고 그럴듯한 공약과 구호를 남발한다. 선거가 끝나면 그것으로 우리와의 관계는 깨끗이 끊어진다.

결국 대한민국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제 국민들은 광화문이나 종로, 서울역이 아닌 국회로 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민심의 변화는 곧장 정치권의 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가올 21대 국회는 20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판의 회전목마'는 앞으로도 줄기차게 돌아갈 것이며, '배반의 정치'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겠다는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참된 일꾼을 뽑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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