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
세모(歲暮)
  • 중부매일
  • 승인 2020.01.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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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조선의 문신 이언적은 세모에는 자신의 행실 3가지를 반성하는 세모삼성(歲暮三省)을 말했다. 일성(一省)은 남에게 잘못한 일이 무엇인가를 반성하고, 이성(二省)은 가족, 친족 마을의 일에 이기심으로 소홀히 한 일이 무엇인가를 반성하며, 삼성(三省)은 양심에 꺼린 일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것을 요구했다.

어릴 적, 설을 앞둔 이맘때면 아버지는 학업으로 각기 흩어져 있던 자식들을 모아 놓고 밤늦도록 훈육하셨다. 공부 잘하라는 말씀보다는 대부분 인성, 예절에 대한 말씀으로 "겸손하고 올바르게 살라"는게 주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은 큰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성장한 것 같다.

독일에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이에른 지방에 황제 비서실장이 살고 있었다. 황제는 그의 능력을 높이 사서 총리로 삼았다. 그러자 그는 교만해지기 시작했고 방탕하고 포악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사냥 갔다가 숲속의 한 작은 교회에 들러 잠깐 기도하고 고개 드는 순간 십자가 위에 밝은 빛과 함께 '3'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는 이 숫자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한 끝에 자기에게 남겨진 날이 3일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남겨진 3일 동안 천사처럼 살았다. 황제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 했으며 주변 신하들에게도 친절을 베풀었다. 3일이 지났지만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3일이 아니고 3개월이라고 생각하고 또 천사처럼 살았다.

주변에 변화가 일어났고, 가정들이 천국처럼 변해갔고, 나라가 천국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났어도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번엔 3년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황제가 감동을 받았고 신하들과 온 국민이 감동을 받게 되었다. 마침 후계자도 없이 죽게 된 황제는 이 총리를 다음 황제로 세워 달라고 유언했다. 그래서 3년이 되는 날 그는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그가 바로 1314년 프랑크푸르트의 다섯 제후에 의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추대된 루트비히이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했다.

근로자에게는 연말정산을 하는 달을 '13월의 월급날'이라고도 한다. 즉 한 해 동안 납부한 세금을 총체적으로 따져보고 더 낸 세금은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제적인 면의 연말정산도 필요하지만, 지난 일 년 삶에 대한 연말정산도 필요한 시기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것도 흑자를 위한 삶이었지만, 감정의 변화에도 흑자 인생이었는지 되짚어 본다. 온유와 겸손으로, 선한 싸움이었는지, 혈기와 욕심과 교만의 악한 싸움을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목표를 향해 가면서 중간에 포기하고 쉬면서 안위한 삶이었는지, 여건만 탓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흡족하게 돌려받지 못한 지난해를 반성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경자년 새해를 맞는다.

올해는 자아성찰과 내면의 마음을 수양하여 넉넉한 환급을 다짐해본다. 낙타는 아침에 무릎을 꿇어 짐을 싣고 저녁에도 무릎을 꿇어 짐을 내린다. 높은 산의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비바람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나무의 키를 낮추기 때문이다.

새해 새 희망의 키를 잡고 무사히 항구에 도착 할 수 있도록 몸가짐, 마음가짐을 다져보는 세모(歲暮)의 아침이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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