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지숙 작가

어김없이 2020년 경자년 새해의 문이 희망차게 활짝 열렸다. 저 멀리서 투명하고 환한 희망의 빛이 우리를 향해 흘러 넘쳐오는 듯 느껴진다. 새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희망과 행복의 꽃다발을 가슴에 꼬옥 안겨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선사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문득 우리가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각자의 행복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행복했던 순간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일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누구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와 진심으로 소통하며 깔깔 웃는 그 순간이 행복의 정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종교에 심취해 보이지 않는 절대자와 교감하는 그 순간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혹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살면서 느끼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람마다 감정의 결이 다르다.

문득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거울을 보면 어느 날은 자신의 모습이 예뻐 보이기도 하지만, 또 어느 날은 무척 초라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순간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져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때이니, 결국은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잘 풀릴 때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고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행복의 조건을 결코 객관적인 척도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남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보이는 객관적 수치로 행복을 가늠하는 데 익숙한 것 같다.

타인이 인정해 주는 행복의 조건 속에서만 행복감을 느끼려 하다 보니 남에게 보이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소중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하찮게 여기기도 한다. '신나는 것은 순간이다. 행복과 불행은 순간이고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고 불행할 때는 불행을 받아들여라'라는 법정스님의 말씀과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인간의 관념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관념에 존재해 있는 무형의 그 무엇'이라는 부처님 말씀이 생각난다.

'人生은 추억을 쌓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단 몇 초의 행복의 순간일지라도 시간이 흘러 훗날 예쁜 추억의 사진으로 남아 있게 된다면, 곧 그것이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것이다.

행복은 우리가 잡을 수 없는 신기루가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은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조건이 아닌 기술과 노력이고 인간과 사물에 대한 우호적인 관심이 근본적인 행복"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이 깊이 와 닿는 요즘이다. 행복은 연습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오늘도 행복의 완성을 위해 연습하는 작업을 열심히 해봄은 어떨까?

이지숙 작가
이지숙 작가

올해도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희망을 부여잡고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감동 넘치는 좋은 일만은 아닐지라도, 힘들고 아픈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새해 아침에 간절히 바래본다. 우리 모두는 행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