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좀 달라요" 한 학교가 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학생 Q군을 표현한 첫마디다.

학교로부터 일반적인 친구들과 '다르다'고 판단된 이 학생은 1년 반 동안 이어진 학교폭력을 선생님이 아닌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방학을 앞두고 울며 집에 돌아온 Q군이 아버지 얼굴을 마주하고 내뱉은 말은 "아빠 나 좀 제발 살려줘"다.

Q군이 학교가 아닌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학교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Q군은 지난 2018년 9월 동급생 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당시 Q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학교는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Q군에 대한 동급생 2~3명의 집단 괴롭힘은 이어졌다. 참다못한 Q군은 1학년 담임선생님, 상담전문 교사 등에게 학폭 사실을 얘기했다. 그러나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지옥'은 2학년이 돼서도 이어졌다. 가해학생들과 같은 전공이었던 Q군은 2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됐다. 더 심한 학폭은 당연했다. 그중에는 부모님에 대한 조롱도 섞여있었다. Q군은 이러한 사실을 학교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1학년 때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혼자 견뎌온 Q군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아버지께 학폭 사실을 말했다. 이후 Q군의 아버지는 학폭 은폐·축소를 밝히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다. 학교의 뻔뻔한 대응에 지쳐가고 있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학교는 'Q군의 1학년 상담일지가 없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청이 학폭을 대하는 시각도 한심하다. 충북교육청은 "해당학교는 1년에 100건 이상의 학폭이 발생하는 학교"라며 현실적 대응 한계를 설명했다. Q군이 다니는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 학폭이 일어나도 되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100건 이상의 학폭 중 일부는 은폐·축소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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