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심의 '출석정지→봉사' 감경, 가해학생 '면죄부'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 = 충북교육청이 주관하는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요구된다. <1월 6일자 1면·8일자 2면·10일자 3면·14일자 3면 보도>

행심위는 학폭 가해학생이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법원의 2심에 해당한다. 이 절차의 특징은 피해학생이 아닌 학교가 피청구인이 된다. 피해학생 측은 배제된 채 행정심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한 이유다.

학폭 은폐·축소를 주장하는 피해학생 Q군의 아버지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학교 측으로부터 '행정심판 재결서'를 받았다. 아들을 1년 넘게 괴롭힌 가해학생 A군에 대한 징계가 출석정지 10일(6호 조치)에서 사회봉사 30시간(4호 조치)으로 2단계 감경된 이유를 알기위해서다.

행심위 재결서에 따르면 A군의 학교폭력은 명백하나 2019년 3월 22일 이후 구체적인 학교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았고, 청구인 보호자가 Q군 보호자를 만나 화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 청구인이 충분히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를 감경했다.

이에 Q군의 아버지는 "재결서에 나온 '청구인(가해학생)의 주장'에는 A군이 4월 무렵까지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고 있는데 3월 22일 이후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냐"며 "'가나다'도 못 맞추는 주먹구구식 행심위에 아이들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A군 보호자가 찾아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합의 안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후 A군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학교징계 대상일 경우 출마할 수 없다'는 교칙을 무시하고 학생회장에 출마해 떵떵거리고 다녔는데 무슨 반성이냐"고 따져 물었다. 실제 A군은 행심위 다음날(지난해 12월 20일)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교칙 상 이 학교는 방학이 끝나고 재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Q군 측의 이러한 의문은 지난 9월 교내에서 진행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학폭 기본 판단 요소 중 하나인 지속성을 높음으로 판단했다. 2학년 학폭 사실에 대해 피해·가해학생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1학년 때부터 2학년 초까지의 사실만 보더라도 상황이 중대하다고 결론 냈다. '3월 22일 이후 어떠한 폭력행위도 하지 않았기때문에 징계를 감경한다'는 행심위 주장과 대치된다. 이어 심각성 보통(2점), 고의성 보통(2점), 반성 정도 보통(2점), 화해 정도(2점)으로 결론(총 11점)내면서 출석정지(10~12점) 징계를 결정했다.

행심위가 사회봉사 조치(7~9점)를 내리려면 앞선 학폭위 판단 중 2점이 감경돼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재결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

피청구인인 학교 측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피해학생 측의 입장을 전달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우리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행심위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절차상 피해학생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며 "시일이 지난만큼 행정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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