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시인

오늘은 몇 날 며칠 벼르고 별러 탐석 길에 나서는 날이다. 간밤을 거의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

잠 깨여 창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밝아오는 새 아침이다.

앞산에 실안개는 산허리 감싸 안고 사랑을 구걸하고, 집 앞 전봇대 위에 둥지 튼 까치 부부 꼭두새벽부터 부부 싸움이 한창이다. 예로부터 새벽 실안개 산허리 베고 길게 눕고 까막까치 부지런히 날면 그날은 청명하다 했든가.

함께 탐석 길에 나설 스승과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탐석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난 후 명석에 꿈까지 챙기고 나니 스승님과 친구가 도착할 시간이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창밖을 내어다 보니 어느새 왔는지 우리 집 언덕 아래 차를 주차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무척이나 활기차 보인다. 저 친구 어젯밤 꿈속에 명석을 보았나보다.

우린 찻잔 마주하고 석담 나누며 오늘 하루 탐석 할 장소와 시간 일정 등을 조율하고 탐석 길에 나섰다.

차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한 겨울 답지 않게 포근하다.

에메랄드빛 창공엔 행글라이더가 비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의 목적지 가까이 왔다 생각되니 마음이 바빠지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한참을 더 달려 오늘 탐석지인 영춘면 상리 북벽 강안 절벽 앞에 차를 세웠다. 눈앞에 펼쳐진 절벽이 절경이다.

잠시 절경에 취해 요동치는 가슴 진정하고 돌망태를 등에 메고 강가로 내려서서 발아래 펼쳐진 돌밭 사이 돌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가며 열탐 하기를 두어시간, 그토록 찾던 명석은 보이지 않고 슬슬 피로감과 짜증이 몰려 올 즈음, 갈밭 사이에서 돌을 뒤적이시든 스승께서 돼지 한 마리 잡으셨다며 날 부르셨다.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눈, 코, 입, 귀, 몸통이 완전히 돼지를 꼭 닮은 물형을 들고 계셨다. 석질은 강질인 청오석, 어디에 내어놔도 명석 반열에 오를만하다.

취석 하심을 축하하고 심기일전 탐석 삼매경에 빠져 보지만 더 이상에 수확이 없다. 오전 탐석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요량으로 열탐하고 있는 친구를 부르니 되려 친구가 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보니 친구의 발밑에는 내 가슴 짝만한 돌에 홍매화 꽃봉오리가 가지마다 가득 맺혀 있는 명석이 놓여져 있다.

매화석에 홀린듯한 내 표정과 돌을 번갈아 바라보던 친구는 뭘 그리 바라보고 서 있느냐며 돌이 커서 자신의 작은 배낭에는 담을 수 없으니 커다란 내 배낭에 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어 돌을 담은 배낭이 너무 무거워 도저히 자신은 짊어지고 갈 수 없으니 내게 좀 가져다 달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던가.

유창선 시인
유창선 시인

할 수 없이 매화석이 담긴 배낭을 둘러메고 비틀거리며 울퉁불퉁 자갈밭 길을 지나 가파른 강변 뚝을 숨이 차 헐떡이며 올라섰다. 이어 '선생님 저 친구 자기가 돌을 주워 놓고 나에게 짊어지고 오라 했다'고 이르니 스승께서 호탕하게 웃으시며 '오늘은 내가 돼지 한 마리 잡았으니 점심은 삼겹살로 당신이 사신다'고 동문서답이시다. 이에 친구 왈 "난 매화나무에 매실 열면 매실주 담가 스승님께 선물해야겠다" 하기에 나는 선생님께 "제게는 돼지 새끼낳으면 한 마리 주시는 겁니다" 하였드니. "그러지 말고 아예 자네가 키우시게나" 하시며 그 귀한 명석을 선뜻 내게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삼겹살은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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