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문득 설 연휴에 드는 삶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아마 인생 한 바퀴를 완주한 감회일 것이다. 여기에 암울한 현 정치상황도 기인한 바 크다

한 세상 살아보니 인생 뭐가 있나 싶다. 말은 쉬워도 재물, 권세, 명예 등 오욕(五欲)에 집착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오욕에 매달려 생로병사를 순환하면 누구나 생을 마감한다. 이러니 사람, 물질도 가면 가는 것, 오면 오는 것이라면 그만이다. 이 짧고 단순한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는 중병을 앓으며 신음하고 있다. 또 삶의 불안함 때문인지 허욕을 부리다 초라한 노년을 맞는다.

꿈에 부푼 출발점은 명문대를 나오는 것이다. 그 후 안정된 직장을 얻고 고액연봉을 받는 일이다. 이입(而立)의 언저리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랑보다는 '움직이는 중소기업'이 되기위해 서로의 조건을 우선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 차를 몰면 성공한 삶이라 치부한다. 이런 인생을 위해 학벌과 재력, 번듯한 직장 잡는 일에 힘을 쏟는다.

대한민국에서 재벌, 권벌, 학벌 중 어느 하나를 잡지 못하면 들러리 인생이라고 자책한다.

이렇듯 현대판 신분제라 해도 좋을 '한국병'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부박한 것이라 자위해도 이도 저도 안 되는 젊은이들 많다. 이들은 하우스 푸어, 카 푸어로 갈망을 풀어내고 있다. 나만의 가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기제는 이렇게 물질에 매몰돼 있는 건 분명하다. 금수저, 흙수저의 양극화는 인도의 세습제 '카스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예컨대 총선에 출마하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가 이 범주가 될 것이다. 또 '아빠 찬스' 비난에 밀려 출마를 접은 국회의장 아들의 경우도 그러하다.

노조위원장 출신 야당 전 원내대표의 채용청탁 무죄판결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애면글면한들 개천에서 용 날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연애, 취업, 결혼과 출산, 꿈마저 포기하고 절망하는 이유다.

혹 부자가 되었다면 자신의 노력도 있으나 누군가의 복(福)을 빌려 그렇게 된 것이다. 반대로 못사는 사람은 남에게 복을 빌려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좀 잘 산다고 으시댈 일도 아니다. 또 못 산다해서 기가 죽을 이유도 없다. 그저 복의 차이일 뿐이다.

그것은 부모나 은사 또는 선후배, 막역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인생 또한 나만의 것만 아니다. 은인의 원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어쩌면 자식과 배우자, 축적한 재산도 인연의 유한함이 아니던가. 수년 전 큰 재산을 모으고 불치 병으로 떠난 두 친구에게서 얻은 깨달음이다.

권력 또한 그 얼마나 무상한가. 권력은 돈과 명예를 수반하는 것이어서 중독성이 강하다. 또 선거에서 승자들의 전리품 같은 것이어서 마약만큼 위험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만 잡으면 주인으로 섬긴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기만하기 일쑤다. 전 정권들이 그랬듯 현 정권도 닮은 꼴이다. 지독한 권력의 'DNA'가 아닐 수 없다.

정권이나 개인의 인생도 욕심이 과하면 스스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한 줌의 권력과 명예, 부를 쌓은들 역사의 죄인이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해를 맞아 세상 잡사를 내려놓고 무괴아심(無愧我心)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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