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4월 총선이 이제 80일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타나는 민심의 향배는 총선을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선거가 있는 해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은 민심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같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일가친척, 친구들 간 밥상머리 또는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진솔한 민심표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정당은 물론 출마 후보자들은 명절 민심 잡기에 분주하다. 또 민심을 분석하고 멀어진 민심 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설 민심을 잡기 위해 중앙당 차원에서는 물론 전국 각 지역에서도 열을 올렸다.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유권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상대 당을 비난하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묵묵부답'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정치권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설 연휴 차가운 민심을 확인한 여야 정치권은 '반성'을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냉철한 자기성찰에 앞서 언급된 것이 상대 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며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이 대세였음을 강조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민생법안을 하나라도 더 처리해서 고단한 국민의 삶에 힘을 드려야한다는 것을 절감한 설 명절 이었다"며 "다가오는 총선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민생총선이 돼야 한다"고 한국당을 겨냥했다. 반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설에 보니 '4월에 반드시 정권을 심판하겠다', '그야말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말씀들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며 "우리 당에 대해서는 좀 더 세게 잘 싸우라며 분발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똑 같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여야의 설 민심 해석이 제각각이다. 결국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다.

정치에 있어서 첫 단추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만 잘 들어서는 안된다.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둘째 단추부터 아무리 잘 꿰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사각의 링을 방불케 하는 정치판을 꾸짖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가 왜곡하고 있다. 왜곡된 국민의 목소리에서는 올바른 정책이 도출될 수 없다. 잘못된 정책은 국민들을 이끌 수 없다. 결국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아전인수'의 대립되는 말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정치는 국민의 뜻이 알파와 오메가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번 설 민심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실천해 국민들이 뜻이 반영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4월 총선 성적표는 민심을 누가 제대로 듣고 실천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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