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개발원, 혁신도시와 500m 거리… 불안감 확산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정부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30~31일 전세기로 국내에 도착시키는 우한 교민과 유학생을 29일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각각 분산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천지역 주민들은 당초 수용지가 천안 국립청소년 수련원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천안지역의 반발로 진천, 아산으로 결정되자 어이가 없는 결정이라며 크게 분개하고 있다.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불과 500m 거리에 위치한 충북혁신도시 학부모와 학생, 진천군의원, 지역시민사회단체 및 주민들은 트랙터 등 농기계로 연수원 정문을 막고 정부의 결정에 대해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의 결정에 항의해 밤샘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은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해 있으며,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어서 안전성과 위치 선정 과정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면 연수원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매우 근거리이며, 이 곳에는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많아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격리 수용이 알려지자 진천군청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계 주민들이 몰려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아침부터 떠돌던 진천·아산 유력설이 오후 3시 시작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대책회의 개최 후 4시30분쯤 진천·아산 격리수용이 공식 결정되자 주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진천군의회 박양규 의장과 의원들은 29일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중국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사전 협의 및 조율없이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특히 인근 충북혁신도시는 209만평 규모에 약 2만6천명의 인구가 몰려있는 주거밀집지역이어서 절대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진천군의회는 특히 "당초 거론된 지역은 주거 밀집지역이 아닌 천안의 외곽지역이었는데 해당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의견을 반영해 충북 진천군과 충남 아산지역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진천군민과 음성군민, 나아가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진천 상신초등학교 학부모와 어린이 30여명도 진천군청을 찾아 중국 우한교민 수용 반대를 외쳤다.

이날 상신초 학부모들은 "충북혁신도시는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거리로는 500m, 시간상은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불안한 마음에 한걸음으로 달려왔다"며 "2만6천여명이 밀집해 있는 충북혁신도시는 10세 미만 영·유아의 비율이 15%에 달하고 유치원, 학교가 밀집해 있어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 곳은 오히려 보호 받아야 할 지역"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특히 이 곳은 아직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상황이며,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감염 시 큰 확산이 우려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대수 국회의원도 진천군청 브리핑룸을 찾아 "충북혁신도시 내 우한 폐렴 관련 수용시설 설치를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 의원은 "중국 우한 교민 694명도 우리나라의 소중한 국민으로 우한 폐렴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지만 이분들을 인구가 밀집한 충북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공공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경 의원은 "이같은 결정은 충북 혁신도시 주민 2만6천명의 건강과 생명권이 우한 폐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며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곳을 수용시설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단체협의회와 진천군 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도 군청을 찾아 반대 목소리를 높였으며, 트랙터 등 농기계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정문을 봉쇄한 채 학부모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졌다.

충북혁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무리 급하다 해도 지역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위험성이 내재돼 있는 수용시설을 결정한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특히 이 곳은 인구밀집지역이어서 어린이들도 많고 종합병원도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첫 아파트는 500m 거리에 있다"며 "천안에서 반대 하니까 진천 수용이라니 무슨 이런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 있냐"고 반문했다.

한편,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은 국가·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으로, 1949년 설립해 서울, 대전, 과천을 거쳐 2016년 9월 진천 혁신도시가 있는 덕산읍으로 이전했다. 이 곳은 평소 최재 수용인원이 519명이지만, 1인 수용시설로 사용할 경우 219명 수용이 가능하다.

또 충북혁신도시에는 187m 거리의 선옥마을(47세대 90명), 1km 거리의 장암마을(71세대 122명)이 있으며, 500~1km 거리에는 아파트 6천285세대 1만7천237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4곳, 유치원 2곳,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10개 교육시설에 수용인원은 3천521명에 달한다. 또 11개 공공기관에 3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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