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으로 우리 국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확산 한달여만에 발생지 중국에서 170여명이 죽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환자가 늘어나니 인접한 나라로서 애가 탄다. 굳이 따지자면 이웃을 잘못둔 탓인데 우리 내부에서도 이를 이용해 주목을 받으려는 엉뚱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그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괴담(怪談)이라고 할 만한 각종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바로 그것들이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경고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놀라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가짜뉴스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지구촌 곳곳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도 일어나곤 한다. 그럼에도 이같은 일이 끊이질 않는 것은 이로 인해 득을 보는 이들이 있어서이다.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인 정치판을 봐도 그렇다. 민주주의 역사가 수백이나 되는 미국에서도 지난번 대선때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라고 하니 '아니면 말고' 식의 억측주장이 난무하는 우리나라 정치판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짜뉴스(Fake News)의 'Fake'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꾸미고 날조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실이 아님을 알고도 정보를 조작해 전파하는 행동이나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거짓, 거짓말'이다. 몰라서 잘못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알고도 속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과 이득을 위해 남들을 속인다면 이는 사기(詐欺)다. 거짓과 사기는 백지장 한 장 차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현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다면 대부분 남의 일로 치부하며 방관자에 머물 뿐이다.

지난 연말부터 청주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한 유투버가 특혜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문을 일으키더니 얼마전에는 검사출신 야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문제를 또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다르지 않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친한 청주의 한 사업가가 터미널 현대화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뚜렷한 증거는 물론 의혹의 근거조차 대지 못한 채 주장만을 포장한 것도 똑 같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사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억측과 거짓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치 않다.

청주시 등 관련자의 반박 성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검찰고소후 유튜브의 자진삭제가 진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단 하나의 근거 역시 김정숙 여사와 사업자의 친분을 설명할 뿐 청와대와 청주시, 청주시와 사업자를 연결시킬만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이를 또 물고늘어졌다. 내용상 달라진 것은 없는데 정치적 논란거리를 같이 들고나와 한묶음인 것처럼 포장하는 회견기술을 첨부해서 말이다. 이들이 말한 5천억원 시세차익 주장은 더 가관이다. 현재 예상되는 사업비가 시세차익으로 둔갑된 것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20여년 검사 생활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쳤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니면 말고'다. 정치권의 오래된 격언인 '여의도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선거를 앞두고 공천때문이라는 지적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일들의 배경에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존재한다. 조국사태로 그 심각성이 입증된 편향된 시각들을 배경으로 억측뿐인 거짓말과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짓으로 포장된 정치의 끝은 늘 비참했다. 워터게이트의 닉슨, 섹스스캔들의 클린턴 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몸으로 남긴 교훈이 이를 말해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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