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 교장

최근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찬반 논란이 거세다. 정시 중심의 대학 전형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교육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밀어붙일 기세다. 안타깝게도 이 정책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학자들은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대학 전형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을 잘 이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스템이라 말하는 것이다. 최근 정치적인 사안으로 공정성이 문제가 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은 바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고안된 대입전형방식이었다. 초기에 문제되었던 불투명한 부분도 최근에는 거의 보완되면서 대입 전형의 중심으로 정착되었고, 고교의 교육과정도 제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정시 전형 중심으로 퇴행하면 우리의 기성세대들이 겪었던 치열한 경쟁 속에 학교 교육과정이 황폐화되고,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되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시 전형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공정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 조사한 데이터로는 정시 전형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강남 대치동으로 대변되는 사교육 경쟁력이 강한 곳이다. 또한 재수생이 유리한 구조라 재수생을 더 양산하고 사교육비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우리 지역을 비롯해서 사교육경쟁력이 낮은 지방은 정시 전형의 타격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사교육 중심의 기업 주가가 급등하고, 강남권의 부동산이 폭등하는 것이 그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사교육 조건을 잘 갖춘 계층과 지역에 유리한 구조가 바로 정시 전형이다.

정시 전형의 더 큰 문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선발하는데 이미 수명을 다한 제도라는데 있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가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아프게 지적했던 '전혀 활용되지 않는 지식을 12년간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하는 비효율적인 학습체계'의 종착점에 바로 수능 전형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종'이 등장했던 것이다. 다가올 미래 사회는 5지 선다형의 수능형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인재가 아니라, 모든 사안에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발상을 하며, 소통과 공감으로 협력하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재 양성을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대학의 전형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시대적인 선택이었다.

정부, 기업, 교육!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혁신의 3주체라고 한다. 특별히 교육은 정부와 기업을 운영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막중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는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고 이미 그 흐름은 우리 주위에 성큼 다가와 있다. 미래교육부문 경쟁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뉴질랜드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인류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앞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 속에 교육과정과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최원영 세광고등학교 교장

교육 문제에 접근하는 담론 자체가 우리와 차원이 틀리다. 공정이라는 이슈에 집착해서 미래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이나 국가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도 정시 전형확대는 다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토마스 프레이나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들은 다가올 미래가 우리가 겪었던 시대와는 판자체가 틀릴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폭풍 같은 변화가 오고 있다고 단언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 교육은 말 그대로 미래를 대비하는 '백년지대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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