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와 봤어도 이런 결정 안했을텐데…"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내가 너무 답답해서 발언 신청을 했습니다. 현장에 한번만 와 봤어도 이런 결정은 안했을텐데 정치하는 사람들 정신 좀 차리고 머리 좀 쓰세요!"
중국 우한 교민 격리 수용 장소로 결정된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에서 어르신 최종숙 씨(음성 금왕읍 쌍북리 부녀회장)가 단상에 올라 울분을 토해냈다.
최 씨는 "자신은 충북혁신도시 인근 음성지역에 살고 있고, 이 곳 진천 덕산읍에는 자녀 둘과 손자손녀 4명이 살고 있다"며 "어떻게 한적한 수련원을 다 놔두고 사람 북적 거리는 충북혁신도시로 올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 씨는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번만이라도 와보던지, 또 지역과 한번만 상의를 했어도 이런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다"고 질타했다.
또 이봉주 진천군 이장단협의회장은 "정부는 인재개발원이 외딴 곳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보다시피 불과 수십미터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주거 밀집지역"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진천을 포함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대수 국회의원(진천음성증평)은 "이곳에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정부는 군사작전 하듯이 속전속결로 수용지를 발표했다"며 "지금이라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가 끝나도 현장을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걱정과 불만을 토로 했으며, 몇몇 어르신들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여기 안에 초중고가 다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몇천명인데, 일 나면 절단나는거여", "큰 일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등의 걱정을 이어갔다.
이날 운집한 300여명의 주민들은 '천안시민은 무섭고 진천군민은 우습냐', '우한교민 수용 부적합 복지부는 철회하라', '청소년 및 어린이 밀집지역 우한교민 수용 결사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날 오후 충남 아산을 들러 충북 진천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주민들은 진 장관이 도착하기 전부터 집결해 인재개발원 앞 도로를 막아선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한때 몸싸움을 벌이며 "수용결정 결사반대", "청소년·어린이 밀집지역 수용 즉각 철회"를 외쳤다.
이날 진 장관은 우한 교민들이 생활할 인재개발원 생활시설을 점검하고, 유관기관 간담회, 주민대표 간담회를 가졌다. 진 장관은 "진천 선정은 평가요소를 종합한 결과"라며 "주민들에게 감염이 되지않도록 철저히 방역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진천으로 격리 수용되는 우한 교민은 31일 도착할 예정"이라며 "만일 격리된 우한 교민 중 환자발생시 주민 이동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 장관은 주민들과 대화 도중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오후 7시 25분께 차량을 타고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 나가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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