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살아가면서 우리는 가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할 때가 있다.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명절 연휴를 지내고 나면 그 어떤 날보다도 더 절실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주부들일 것이다. 가사 노동이 예전처럼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명절이다.

어디 주부들뿐이겠는가. 누군가의 자녀이고, 부모이고, 배우자이며 어딘가에 속해있는 사회 구성원인 모든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일 것이다. 나 또한 가끔은 철저히 혼자 있는 휴식을 원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기회만 엿보고 있다.

얼마 전에 어머니와 단둘이 남해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지인을 만났다. 꽉 찬 나이에 배우자를 찾기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이번에 제대로 된 효도를 아주 쉽게 하였다며 싱글벙글하다. 만족감의 평가는 베푼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의 몫인데 자신있어 하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듣고 나서 이내 수긍이 되었다.

어머니와의 여행에 불편함이 없게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짰다고 한다. 여행 장소 또한 자신보다는 어머니가 가고 싶다는 곳을 찾아 근처 호텔을 정하였다. 도착 다음날,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숙소를 나서야 했다. 그런데 정작 어머니는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머니는 호텔에 있을 테니 방해하지 말고 딸 혼자서 늦게까지 놀다 오라고 등을 떠밀더라는 것이다. "제가 그랬죠. '아니 이럴 거면 집에서 혼자 계시지 왜 여기까지 와서 비싼 돈 주고 방에만 있느냐'고, '정말 괜찮냐'고 하니 그렇다는 거예요. 어차피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라 어머니의 뜻대로 저는 저대로 혼자만의 여행을 했죠. 저도 나름은 좋았어요."

밝게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어머니의 하루 일정이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그때까지 잠옷 바람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자고 싶으면 자고, 호텔 냉장고에 비치된 음료수도 꺼내 마시며, 당신 생애 최고의 혼자만의 시간이 행복 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 덕분에 그동안 꿈꾸던 최고의 휴식을 취한 것이다. 호텔에 비치된 냉장고의 음료수는 시중보다 비싸다는 것을 어머니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있어 최고의 사치를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청소, 빨래, 식사 등 일상적인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안식일을 즐겼던 것이다.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전화하는 딸에게조차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니 참 멋있는 어머니라고 엄지를 치켜 주었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가끔 나도 집에 혼자 있을 때 온전한 나의 시간과 휴식을 취하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익숙한 공간에서의 휴식은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이 눈에 거슬리게 많아 쉬기가 힘들다. 주부들에게 가정이 퇴근 없는 직장으로 생각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동화작가 조지 맥도널드는 말한다. '항상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신성한 게으름도 인생에선 소중한 선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선물 받기를 애써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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