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담당자·시민 '똘똘' 24시간 매의 눈… 폐기물 투척 '0'

김덕철 팀장이 팀원들과 함께 불법쓰레기 근절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김덕철 팀장이 팀원들과 함께 불법쓰레기 근절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쓰레기 처리 문제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 오염문제를 인식한 중국이 지난 2017년 플라스틱 수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도 쓰레기 처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에는 중간업체의 농간으로 유해물질이 섞인 혼합쓰레기를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문제가 돼 국제적 망신살을 산 뒤 정부가 주도해 다시 해당 쓰레기를 국내로 가져오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량의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달아나는 기업형 투기꾼들이 생겨나 각 자치단체마다 이를 막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주시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기업형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한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직원월례조회에서 기업형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한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충주지역 곳곳에 버려지는 악질적인 기업형 불법 투기 쓰레기 사태를 더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조치다.

충주지역에서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직전인 5월과 6월에만 주덕읍과 대소원면 등에서 10여 건에 이르는 대규모 쓰레기 불법 투기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조 시장은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대대적인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데 이어 지난해 7월 11일에는 시민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주시문화회관에서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식' 행사를 가졌다.

이날 기업형 불법투기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식은 전국 기초·광역자체단체 중 최초로 이뤄진 것이며 특히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함께 예방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읍·면지역 337개 자연마을에 주민 스스로 쓰레기 불법 투기를 감시하기 위한 '우리마을 지킴이'를 구성해 자체감시활동 체계를 갖추고 '우리마을 지킴이' 대장에게 충주시장과 충주경찰서장이 합동으로 위촉장을 수여했다.

또 읍·면지역마다 '불법 투기 감시단'을 두고 자율방재단과 산불감시원, 드론동호회 등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으며 취약시간대인 야간에는 자율방범대의 지원을 받아 상시 감시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불법 투기 예방·근절 결의대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인식을 확산시키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충주시는 생활폐기물 불법 투기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 금액의 80%까지 신고자에게 지급하고, 건설 및 사업장폐기물 불법 투기 신고 시에는 최고 300만 원까지 포상금을 확대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 자치단체의 포상금 지급액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충주시의 전방위적인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해 9월 7일 경기도 평택 서부발전소 인근에서 산업폐기물 100여t을 싣고와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구 충주호리조트에 불법 투기하려던 A씨(36) 등 폐기물운반차주 등 5명을 경찰과 함께 고발했다.

이들의 범행을 적발하는데는 동량면 하천리 '우리마을 지킴이' 대장을 맡고 있는 이수종(62) 씨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이씨는 이날 마을 인근에 공사장이 없는데도 산업폐기물 운반차량 4대가 충주호리조트방면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뒤따라 갔다가 산업폐기물 불법 투기를 확인한 뒤 피의자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차량으로 출구를 막고 충주시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신고로 현장 검거를 통해 폐기물운반차주 등 8명이 입건됐으며 주범은 수배 중이다.

특히 이 사건의 주범은 휴대전화기를 10대 정도 소유한 채 무려 10여 개의 가명을 사용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불법 투기를 일삼는 상습범인 것으로 전해졌다.

쓰레기 불법 투기꾼들은 주로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몰래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검거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이들을 적발하기 위한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도 그야말로 눈물겨울 지경이다.

지난해 6월에는 자원순환과 유병남 과장과 김덕철 팀장이 주덕읍 불법 투기 현장에서 어둑어둑해진 저녁시간대에 잠복근무를 통해 굴삭기 등 장비로 불법 투기에 나선 피의자들을 적발하고 경찰에 넘겨 무려 44명을 입건하고 2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부산에 주소를 둔 주범은 토지소유주에게 임대료를 주고 땅을 임대한 뒤 처리비를 받고 불법폐기물을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북 영천과 경기도 평택시와 화성, 진천과 음성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불법투기를 일삼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충주지역에서도 주덕읍 창전리와 대소원면 만정리, 영평리 3군데에 폐합성수지류와 유기성폐기물을 대량으로 불법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에는 불법 투기꾼들을 색출하기 위해 충주시 폐자원관리팀의 김덕철 팀장과 이선행 주무관이 직접 삽과 괭이를 들고 불법 투기 현장으로 달려가 4시간 동안이나 쓰레기더미를 파헤친 뒤 양파 등 식물성잔재물을 감쌌던 포장망을 발견했다.

김 팀장은 양파망에 적혀 있는 경기도 여주시의 한 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해 근거로 제시했으나 당사자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강하게 발뺌해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이틀동안 쓰레기더미를 뒤진 끝에 양파 포장망을 대량으로 묶은 밴딩끈을 발견했다.

결국 경기도 양파망 업체로부터 해당 영농조합법인에 포장망을 납품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백을 받아냈으며 끈질긴 추적으로 여죄까지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김덕철 팀장은 또 다른 불법투기 현장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더미를 이틀동안이나 뒤진 끝에 인천시 부평구로 돼 있는 수수료 납부필증을 찾아내 부평구 담당 공무원들에게 확인시킨 뒤 이 납부필증을 근거로 강화도에 있는 음식물폐기물처리업자의 소행임을 밝혀냈다.

이 사건으로 법인을 포함, 총 8명이 입건조치됐으며 현재 검찰로 송치한 상태다.

증거물을 찾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충주시 공무원
증거물을 찾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충주시 공무원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 이후 충주시의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로 불법 투기꾼들이 제대로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충주지역에서 불법 투기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형 불법 투기 쓰레기를 근절하기 위한 조길형 시장이 선제적인 조치와 공무원들의 끈질긴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자체 인력으로 주말도 없이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면 즉각 현장으로 출동해 확인에 나서고 있다.

충주시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환경부와 지자체 공무원 20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에 유병남 과장이 초청돼 충주시의 '쓰레기와의 전쟁'을 우수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또 경남 창원에서 충주시의 우수사례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고 전북과 충남 등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충주시 공직자가 선정한 '2019년 충주시 10대 성과'에 포함되기도 했다.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식
쓰레기와의 전쟁 선포식

김덕철 팀장은 "충주시의 노력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며 "단 한 건의 쓰레기 불법 투기도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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