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6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 위기가 곧 인권 침해임을 지적하며 결석 시위를 이끌고 최근에는 화석연료 사용 문제를 제기해 세계 항공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아동들이 더이상 미래의 주역이 아닌 오늘의 주인공임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도와야 할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옹호(advocacy)'를 통한 것이다. 옹호는 '다른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거나 대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복지에서는 직접 개입이나 권한 부여를 통해 개인이나 지역사회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전문가의 기본적 의무에 해당한다. 최근에 권리기반접근이 강화되면서 '옹호' 활동이 많아졌다. 특히, 아동 학대 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아동옹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기관이 생겨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전국적으로 설립해 운영 중인 '아동옹호센터'가 좋은 사례다. 가까이에는 세종시에 아동옹호센터가 있다.

지난해 가을 세종아동옹호센터와 함께 세종시 지역의 아동과 권리 실현의 의무이행자로서 부모, 사회복지전문가를 대상으로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UN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한 아동의 4대 기본권리 중 생존과 보호, 발달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 주고 있었지만, 놀이와 여가, 사회 참여 등과 관련해서는 고민해야 할 점이 많았다.

우선, 아동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시간과 놀이 공간이 부족한 것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아동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PC방과 노래방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고 놀이터(공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세종시 동(洞)지역의 경우 주민들을 위한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있으나 이용자가 어른들 위주여서 아이들을 위한 전용시간, 전용공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을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획일적인 '놀이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UN아동권리협약에서 말한 아동의 놀권리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매우 폭넓게 정하고 있으므로 아동들이 활동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놀이와 여가뿐 아니라 인식수준이 낮았던 사회 참여와 관련해서는 아동들의 의견 수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세종시도 대부분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민총회 조례에 아동들의 참여를 명시했으나 실제로 회의는 아동들이 참여할 수 없는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간과 장소를 조정해 아동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이 낮아진 것도 아동의 참여권이 실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등하굣길 안전, 주거환경개선 등 생활 안전 문제와 권리교육 대상 확대, 콘텐츠 다양화 등 인식 제고의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연구 전반에서 읍면지역과 동지역 간 물리적 환경과 권리인식 격차가 확인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거주지역에 따른 아동권리 보장수준의 격차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놀이는 목적이 없다. 어디 살든 스스로 원하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해줘야 한다. 놀기 위해 세상에 온 아이들을 놀게 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다. 권리가 지켜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의무. 삶이 놀이가 되도록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고, 아동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줘야 한다. 그렇게 동네에서 놀고 이야기하는 아동들 속에 세상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또 한 명의 그레타 툰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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