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이 잠시 머무는 진천과 아산, 더나가 충청권은 이제 '실리(實利)'를 생각할 때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국민을 포용한 당연한 미덕으로 그쳐선 안 된다. 물론 마땅히 행하여 할 도리에 대가와 칭찬을 바라는 것은 옹색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실리다. 정치 생리의 기본 중 하나이기도 한 실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뜬금없이 임시 거처가 천안에서 진천으로 옮겨질 때 지역 반응은 어땠나. 임시거처로 마련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은 반대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수용 반대' 농성을 이어갔다.
 
진천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 시위 주민들이 진입하면서 진 장관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어땠나. 지역 온라인 카페에선 '진천을 무시한 처사다. 모두 나와 촛불을 들고 자리에 누워야 한다'는 행동지령까지 내려졌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 사이에선 꼴좋다는 식으로 '충청도는 멍청도, 호구'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한때 '노 재팬(NO Japan)'을 함께 외치며 하나로 뭉쳤던 국민성은 어디로 갔을까. 교민들이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죽음에 이르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기상황에 처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말라고 반기를 들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상황이라면 우한 교민들 입장에선 진천·아산을 두 번 다시 쳐다도 안 볼 적대적 동네로 분류했을 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고 중립적 잣대만을 적용하려는 세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이게 바로 지역 이기주의다.
 
허나 손쓸 수 없는 바이러스에 선진국조차 나가떨어지는 나약한 상황을 지켜본 이들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대처이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반발은 바로 수그러들었다. 진천은 물론 아산 지역에선 고국에 도착한 교민들을 응원하기로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진천 주민들은 임시 거처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에 내건 반기를 치우고, 교민들을 반갑게 맞는 '어서 오세요'가 적힌 플래카드로 다시 걸었다. 수용반대대책위도 '안정된 마음으로 잘 지내길 바란다'고 반겼다.
 
배척이 따뜻한 인정으로 바뀌자 문재인 대통령은 진천·아산 주민들을 언급하며 "대승적 수용을 감사하다. 국민들도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고 격려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충북지사와 충남지사, 진천군수, 아산시장 각 수장들에게도 감사 전화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애련한 마음을 품은 이상 이제 실리를 찾을 명분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동안 충북은 '3%'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 곳이다. 전국 인구·경제대비 이 굴욕 같은 저조한 꼬리표에 정부를 향한 외침은 명분 싸움에 밀려 도외시됐다.
 
하지만 이제 명분이 생겼으니 외칠 만도 하다. 혁신도시의 열악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해보자.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는 곳에서 바이러스 발원지 교민들 수용을 감내했으니 정부를 향해 의료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구해 보자.
 

박재원 경제부장

진천은 물로 인접지역이 상생 발전하도록 복합사업을 발굴,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달라고도 건의해 보자.
 

불안 의식에 의기소침하지 말고 몫을 달라고 외쳐볼만 한 적절한 시기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현실적 판단이 뒷따라야 한다.
 
한 가지를 주면, 한 가지를 얻는 게 정치다. 이제 실리를 찾을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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